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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동아일보
입력
2025-04-23 03:00
202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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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추모시
우리는 아직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 정호승
프란치스코 교황님!
지금 우리를 두고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역대 교황 최초로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삼으심으로써
스스로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가 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지금 천국으로 가시지 말고 그냥 돌아오세요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부하세요
하느님이 실수로 당신을 부르시는 게 틀림없어요
천국에는 가난한 자들이 있을 리 없으므로
여기 이곳 가난한 자들이 사는 지구를 떠나지 마세요
당신은 가난이라는 부인과 결혼했다는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가난한 이들을 사랑한 성자이십니다
성 베드로의 뒤를 이어 교황으로 착좌하시자마자
바티칸 광장에 노숙자들을 위한 샤워시설부터 먼저 설치하시고
노숙자 여덟 명을 초대해 함께 식사도 맛있게 하시고
마약중독자의 발을 정성껏 씻기시고 그 발에 키스하신 당신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사랑이 바로 실천이라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당신의 말씀
희망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는 당신의 말씀
잊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데
우리의 손을 놓고 황급히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당신은 사랑이 결핍된 세계에서 인류의 희망이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마음속에 한반도의 평화를 깊게 가지고 왔다고 말씀하시며
부지런히 찾아오셔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로해주셨습니다
일찍이 자생적으로 천주 신앙의 꽃을 피운 순교자의 나라
대한민국의 123위 순교자 시복식을 위해
당신이 소박한 소형차를 타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실 때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아버지가 관중석에서 걸어나와
고개 숙여 건넨 편지를 호주머니 속에 소중히 넣으시고
그 젊은 아버지의 슬픔을 껴안고 토닥토닥 위로해주셨듯이
우리는 아직도 당신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당신이 세월호의 아픔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희망나비 브로치를 하얀 제의에 달고
진정 낮은 곳 충북 음성 꽃동네로 찾아가셔서
우리나라 할아버지처럼 장애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눈을 맞추시던
그 아침햇살 같은 눈빛을 우리 국민들은 아직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과 평화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님
가난한 이들을 잊지 않는 예수님의 영원한 제자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제 우리를 떠나가시면 우리는 어디 가서 누구의 품에 안길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눈물이 어리던 당신의 눈빛은 아침이슬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따뜻한 당신의 손은 봄날의 나뭇잎처럼 부드러웠습니다
당신이 오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기어이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시겠다면
평화의 모후 성모 마리아님 품에 안기고 싶으시다면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을 만나 천국의 강가를 거닐고 싶으시다면
천국에서도 가난한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 땅의 가난한 이들이 더 이상 가난해지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무엇보다도 학살과 전쟁이 없는 세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두 형제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나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대로
남북이 화해하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우리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거룩한 하느님의 품속에서 당신의 영원한 안식을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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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추모시
#교황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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