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宰賢기자」 『우리가 할 일은 윈도를 전세계 컴퓨터에 깔려는 마이크로소프트(M
S)를 저지하는 것이다』
오라클사의 래리 엘리슨회장(51)은 지난달 5백달러(약40만원)대의 통신전용 네트
워크 컴퓨터(NC)시판에 앞서 「PC의 파라오」 빌 게이츠에게 이렇게 선전포고했다.
NC에 대한 기대로 오라클사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엘리슨은 최근 포브스지가 발표
한 미국내 4백대부자 중 5위에 올랐다. 1위 빌 게이츠의 재산(1백85억달러)에 비해
3분의 1수준(60억달러)이지만 지난해 16위에서 11계단을 성큼 뛰어넘었다. 지난 77
년 단돈 1천2백달러로 오라클사를 창업한 엘리슨은 일리노이대와 시카고대 의대를
각각 중퇴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업체를 이끄는 중량감. 미그29기를 장난감처럼 타고 노는
인물. 세번 결혼해 세번 모두 이혼했으며 회사인근에 동양식 사원을 짓고 선(禪)에
몰두하기도 하는 기인(奇人). 이런 엘리슨이 게이츠의 「압제에 신음」하는 컴퓨터
마니아들에게 NC가 파라오를 무찌를 「모세의 지팡이」가 될 것이란 믿음을 주고 있
는지도 모른다.
과거 15년간 파라오의 권위에 도전한 사람들 중 누구도 MS의 사슬을 끊고 그의 영
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때 넷스케이프사의 마크 앤더슨이 「인터넷의 바다를
가르고 MS의 노예들을 인도할 모세」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파라오의 신형전
차 「익스플로러」에 쫓기는 토끼 신세. 엘리슨이 과연 기대처럼 새로운 선지자로
우뚝 설 지, 아니면 파라오의 또다른 사냥감이 될 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