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承勳기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의 생산효율분석」 보고서는 우리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약화 원인이 고임금 고금리 등 기업외부환경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제조업체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원재료 설비 인력활용 등 생산과정의 전부문에서 효율성이 크게 낮다.이같은 저효율구조로는 고비용구조가 해소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우선 국내 제조업체들의 총비용중 70%를 차지해 기업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재료 및 에너지비용구조를 보면 제조업들이 원천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원재료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86년 60.8%에서 94년 48%로 점차 줄고있는 추세지만 일본(40.4%)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생산공정의 효율화, 기술개발 등을 통한 기업의 생산효율성제고 노력이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위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투입량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는 한국이 지난 92년 0.91로 일본(0.21)의 4.3배나 높았다.
우리제조업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비중이 높은데다 에너지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인력활용의 효율성, 즉 노동생산성도 일본에 비해 크게 처진다.
지난 94년 우리나라 제조업체 종업원은 생산과정에서 1인당 6만1천달러어치의 노동장비를 사용하는데 비해 일본은 8만9천달러어치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설비보다 노동인력을 많이 투입하다보니 우리제조업 취업자 1인당 생산액(7만5천달러)은 일본(20만5천달러)의 3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설비투자의 효율성도 낮다. 기업이 설비자산으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액을 올렸는지를 나타내는 설비투자효율은 우리대기업들이 61.4%로 일본 주요기업의 78.7%보다 역시 낮았다.
이처럼 생산과정에서의 저효율성으로 인해 우리제조업의 부가가치율(부가가치를 생산액으로 나눈 비율)은 29.1%로 일본 37.3%보다 크게 낮다.
임금 기업이윤 등 부가가치가 적다는 것은 생산활동을 통한 소득창출능력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제품개발이나 설계기술 핵심소재 및 부품생산기술이 뒤떨어지다보니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빌릴 수밖에 없다. 작년 로열티(기술용역대가)지급액은 23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범용제품 생산위주의 기술도입으로 시장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또 국내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주로 생산설비확장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에너지절약 등 합리화투자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작년 국내제조업 총설비투자에서 합리화투자의 비중은 6.1%로 일본(21.4%)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