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壽默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한식집. 康奉均정보통신부장관이 마련한 통신사업자 초청 오찬에 참석했던 한국이동통신(011)의 徐廷旭사장과 신세기통신(017)의 鄭泰基사장은 시종 냉랭한 분위기였다. 휴대전화 서비스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양사의 싸움 때문이었다.
후발주자인 신세기통신은 1일부터 기존 가격의 10분의 1인 최저 10만원에 휴대전화를 판매, 가격경쟁에 불을 댕겼다. 첫날 하루 동안 가입자가 1만명에 육박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
선발주자인 한국이동통신은 이와 관련, 최근 신세기의 요금인하 및 판매방식의 불법성 검토를 끝내고 조만간 신세기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고발해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011과 017의 휴대전화 전쟁은 지난 9월1일 신세기가 한국이통에 비해 통화요금을 25%나 싸게 낮추면서 본격화됐다. 신세기는 지난 9월 중순 H그룹 등 대기업 임직원을 상대로 절반 값인 45만원선에 휴대전화를 판매, 덤핑시비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요금인하에도 불구하고 017 가입자는 좀처럼 증가하지 않았다. 당초 목표는 연말까지 29만명이었으나 10월말 현재 24%선인 7만여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기측은 017 서비스가 아직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않은 것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국 서비스를 내걸고 있는 한국이통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31만명의 디지털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기는 이를 의식해 광고를 통해 『10월이면 전국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10월말 현재 전국 79개 주요 도시중 44개 도시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3일 정부가한국이통011의 통화요금을 12.6% 인하하자 신세기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요금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11월 한달동안 가입비를 면제하고 새 가입자에게 휴대전화를 36만2천원에 판매하는가 하면 기존의 「아날로그」가입자가 017로 전환가입할 때는 이보다 더 싼 10만원에 디지털 전화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비싼 휴대전화를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고 통화요금만 받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한국이통은 이를 명백한 불공정 거래행위라고 규정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모두 한국이통의 가입자인데 이들에게 전환가입의 특혜를 주는 것은 「손님 빼돌리기」 의도라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부 李成海정보통신지원국장은 『011과 017의 싸움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 휴대전화를 세계 처음 상용화하는 마당에 국내 통신사업자간에 헐뜯기 싸움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