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鎔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趙錫來)은 5일 미국의 세계적 경제연구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세계경제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난 8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렌스 클라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리처드 부진스키 WEFA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수석부사장, 모리구치 지카시(森口親司)오사카대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했다. 이들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세 계 경 제 ▼--------------
<클라인 교수/美 펜실베이니아大>
유럽과 일본경제가 회복단계에 접어들어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세기말까지 전세계적인 불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초까지 선진국은 2∼3%대의 성장이, 개발도상국가들은 5%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등 3극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들 지역간의 갈등을 해결, 세계교역신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기구가 되지 못하면 지역간 경제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80년대후반 거품붕괴를 겪은 일본이나 통일을 경험한 독일경제는 시련을 딛고 회복의 초기단계에 접어드는 등 선진국들은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개도국들은 80, 90년대에 강력한 성장이후 「성장통(成長痛)」을 앓고 있지만 이는 경기하강국면이라기 보다는 향후의 성장을 다지기 위한 조정기로 볼 수 있다. 동구권은 시장개방이후 생산과 교역면에서 본격적인 확장세에 접어든 만큼 97년이후 2000년까지 성장과 안정면에서 나아질 것이 틀림없다.
종합적으로 볼 때 세계경제가 다양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경기순환단계를 보이고 있어 모든 국가들이 일시에 불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아 시 아 시 장 ▼--------------
<부진스키 부사장/美 WEFA그룹>
아시아지역은 89∼94년 사이에 세계경제가 연평균 1.3% 성장하는 동안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고성장을 유지해 왔다.
아시아지역의 고성장은 높은 국내저축률, 저렴한 노동력 등 아시아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최근 10여년간 무역장벽 완화를 통한 교역증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정책에 힘입었다.
그러나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 등에 기인하는 시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혁이 미흡하며 정치정세 및 노사관계의 불안 등 투자저해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태평양연안 8개국은 201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가들이 2%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동안 5∼7%대의 빠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7∼9%대의 고성장을 달성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숙에 따라 대부분의 나라는 장기적으로 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홍콩반환과 鄧小平(등소평)사망 등이 맞물릴 것으로 예상되는 2001년까지 정치 사회적으로 다소의 불안정이 예상된다. 또 최근 동향으로 볼 때 같은 기간중 국내 물가와 금리 역시 다소 불안해 보인다.
-----------------▼ 엔 貨 ▼----------------
<모리구치 교수/日 오사카大>
일본경제는 지난 3년간 제로성장 이후 올해 3%를 상회하는 성장이 예상되지만 지난 4월 소비세율이 3%에서 5%로 인상됨으로써 내년도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절상돼 1달러에 1백20엔 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본에는 환율변화에 민감한 수입시장이 나타날 것이고 이는 엔고의 충격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환율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지난 2,3년간의 엔고현상으로 일본 제조업자는 말레이시아 중국과 태국 등지의 현지계열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조세제도 무역장벽 등이 있는 산업에는 개방을 통해 경쟁을 도입해야 하겠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첨예한 정치적인 문제이므로 이같은 보호조치를 단시일내에 허물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엔고로 인해 일본은 공산품 수입이 크게 늘 것이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균형에 접근, 무역수지 흑자는 상당폭 줄어들 것이다. 한편 일본은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와 높은 퇴직금 등이 고저축의 기반을 마련, 초과저축현상이 발생하면서 자본의 해외유출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들은 환율이 여전히 엔고(1백∼1백15엔/달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해외직접투자보다는 국내투자가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