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會平기자」 빌 클린턴대통령이 재선되고 의회는 공화당 다수체제가 유지됨에 따라 미국 통상정책의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유보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던 교역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은 다시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올들어 잠잠했던 韓美간 통상문제가 조만간 불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지역은 고성장 아시아국가들이 포함된 「떠오르는 거대시장」(BEMs). 미국은 96년도 수출전략보고서에서 BEMs에 대한 수출을 향후 5년간 75%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5대 수출국에 드는 한국은 중국 아세안 멕시코 등과 함께 BEMs의 대표적 국가의 하나. 클린턴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이들 국가에 대해 기본 통상전략인 「공세적 상호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세적 상호주의는 교역상대국에 대해 자국의 개방수준만큼 개방을 요구하는 통상압력전략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王允鍾연구위원은 『앞으로 미국은 슈퍼301조는 위협용으로 쓰고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을 주 압력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클린턴대통령이 의회로부터 「신속처리권한」을 가져올 수 있느냐의 여부도 대외 통상문제에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자신들이 경쟁우위에 있는 통신 자동차 농산물 지적재산권 등이다.
특히 통신분야는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 제2이동통신사업자가 선정된 것을 계기로 자국산 통신장비의 한국내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민간업자의 장비구매에 대해 정부의 불간섭을 보장하는 새로운 통신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수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정부가 민간업계의 구매문제를 정부간 협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WTO협정 위반이라며 거부의사를 고수함에 따라 미국은 지난 7월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한국의 통신시장 규모를 2000년까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시장선점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역보복조치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자동차분야는 지난해 양국간 협정을 체결, 발등의 불은 껐지만 마찰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에 대한 정례적인 협정이행 상황 점검에서 별다른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점에 미국측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무역대표부의 한국담당 부대표보가 한국을 방문 했을 때 이례적으로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담당관이 동행한 것도 간접적인 압력으로 해석된다.
통신과 자동차를 빼면 양국간 통상현안으로는 미국이 지난해 4월과 올해 5월 두차례나 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한 검사 검역제도가 꼽힌다.
그러나 검사 검역제도는 우리측의 제도개선이 이달말이면 대부분 완료될 예정이어서 조만간 미국측에 WTO에서의 논의 종결을 요청할 방침이다.
또 위스키 주세율 문제는 유럽연합(EU)에 비해 수출물량이 많지 않아 한국과 EU간의 협상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 관계자는 『미국과 통상마찰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적 통상활동에 중점을 두고 기존에 맺은 협정은 차질없이 이행하고 검사 검역 표준 위생 등 국내제도와 관행을 국제규범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