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鎔宰기자」 최근 대기업들이 경기침체로 대대적인 감량경영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결제가 줄어들고 발주물량이 감소, 중소기업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자체흡수하기보다는 손쉽게 거래중소기업에 전가하고 특히 최근의 경쟁력10%높이기 운동과 관련해서도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0월 한달동안 3백3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38.6%가 최근들어 대기업의 현금결제가 줄고 어음지급이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연초부터 현금결제가 적고 어음지급이 많았다는 응답도 36.8%에 달해 현금결제를 확대하겠다던 대기업들의 연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연초에 비해 대금결제조건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섬유(43.8%), 음식료(43.8%),화공(42.3%),전기전자(40.7%)순으로 나타났다. 또 어음결제도 평균 만기일이 3개월이 넘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 중소기업들이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 중 만기일이 91일 이상이었던 어음은 절반가까운 49.8%로 나타났으며 어음의 평균 만기일도 1월의 88.9일에서 9월에는 99.4일로 10.5일이 늘어났다.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전액 현금결제 계획을 철회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액현금결제를 실시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현금결제로 인한 금융기회비용은 1천억원에 달했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나빠진 상태에서는 그런 비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최근 현금결제비율 하락과 함께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B사의 金모사장은 『9월부터 10월까지 가동률이 20%이상 떨어졌다』며 『그나마도 6∼8월동안 수주한 물량때문에 공장이 돌아가는 것일 뿐 최근에는 대기업으로부터의 신규 수주물량이 절반이하로 줄어 연말연시에는 공장을 놀려야 할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대기업의 기침소리에 중소기업들은 몸살을 앓아야 한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부담을 자체흡수하려는 대기업의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