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澈容기자」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이 현지근로자들에 대한 악명높은 노무관리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7, 8일 양일간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노무관리실태와 발전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연구자와 현지인들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잘못된 노무관리실태를 고발하고 한국기업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올 7월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조사한 국내 소장연구자들은 『말로만 듣던 70년대의 국내 사업장 실태를 이국땅에서 실감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중순 2주일 동안 중국 천진(天津) 청도(靑島)지역의 한국업체들을 둘러본 참여연대 黃悳淳박사(32)는 『진출 초기인 90년대초에 만연했던 구타 폭언 몸수색 등 야만적인 관행은 어느정도 극복됐으나 아직도 대다수 업체가 근로기준을 지키지 않고 사회보험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아 노사분규를 자초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조선족 동포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것이 黃박사의 진단. 진출초기에 통역 중간관리자 등으로 기용되던 이들은 공장이 본격가동되면서 버림을 받고 있다는 것. 黃박사는 『현지파견자나 한국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늘기 시작한 고급음식점 가라오케 단란주점 등 요식향락업소에 흘러드는 조선족들이 급증하고 일부파견자들은 현지처를 둬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고발했다.
동남아지역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진출해 있는 K그룹 산하의 한 업체는 노조와의 사전협의 없이 현지정부가 올 초 공고한 최저임금지급명령의 시행유예를 지난 5월에 신청해 말썽을 빚고 있다.
유예신청은 노사간 합의를 거쳐 시행일 이전에 내도록 돼 있다는 것. 이 회사 노조위원장 수하료노는 『정부를 상대로 유예결정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도리어 회사로부터 전보발령만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조사를 한 서강대 정외과 辛尹煥교수(42)는 『이같은 사례는 그나마 점잖은 편』이라며 『현지인들은 한국인이 소유하거나 경영하지 않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까지도 「한국적 경영방식」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이같은 억압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이 통할 수 있는 사회는 지구상에 더 이상 없다』며 『이젠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도 「진정한 현지화」를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