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英伊기자」 『옛날에 우리 조상들은 독을 살 때 똑똑 두드려보고 금간 데는 없는지 확인했지요. 비파괴검사는 건물 등을 파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균열이나 구멍이 없는지 안전여부를 조사하는 최첨단 검사법입니다』
비파괴검사 전문회사인 한국검사개발 李京雨회장(63)은 스스로를 「산업사회의 의사」라고 소개한다. 정확히 말하면 병을 고쳐주는 치료의라기보다는 병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해주는 검진의인 셈이다. 그가 검사하는 품목은 원자력발전기 선박 건물 가스배관 등의 철구조물부문. X선검사기 마그네틱검사기 등 첨단기기로 용접이 제대로 돼 있는지, 철판이 새지는 않는지 꼼꼼하게 검사한다.
『원전이나 가스배관의 경우 철판에 바늘구멍만한 틈이 있어도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건축물도 마찬가지이지요』
지난 85년경 영광원전 1,2호기 건설당시 원전부품의 하자를 발견, 수십억원을 손해보게 하면서도 불합격판정을 내려 갈아끼우게 한 것도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옹고집이었다.
영광원전 1,2호기와 3,4호기, 울진원전 1,2호기의 비파괴검사를 맡았던 그는 「안전을 지켜준 공로」로 지난달 정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각종 가스폭발사고 등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 특히 발주자가 안전검사마저 시공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
철저히 사용자나 소유주의 입장을 고집하는 그는 늘 경비절감과 공사기간 단축만을 앞세우는 시공사로부터 원망받는데 이력이 나있다.
『검사를 하지 않아도 설마 사고가 나랴 하는 생각이지요. 검사를 해도 가격부터 깎으려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전검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재 국내 비파괴검사 회사는 30여개사. 몇년전 회사설립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가격으로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지난 79년 출발, 지금은 종업원 2백30여명에 연간 매출 70억여원을 올리고 있는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대전의 한 고아원에 매년 1억원씩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