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文明기자」 제조업 취업자수가 줄고 20대후반 고학력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경기침체여파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7∼9월)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사정의 바로미터인 3.4분기 제조업 취업자수가 작년동기에 비해 1.8%(8만4천명) 줄었다.
지난 94, 95년 2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던 제조업취업자수는 올 1.4분기(1∼3월)를 고비로 작년 동기대비 1.9% 줄어든데 이어 2.4분기(4∼6월)에도 2.1% 감소했다.
본격적인 취업연령인 25∼29세 남자의 실업률도 4.0%로 작년동기대비 0.7% 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기업들의 채용축소 여파로 25∼29세 대졸 남자 실업률이 0.9% 포인트 높아진 5.2%에 달했다.
경기에 민감한 직종인 임시직이나 시간제(파트타임) 근로자수도 줄었다.
주당 18시간 근무 미만 취업자수는 1.4분기 0.3%, 2.4분기 5.8%, 3.4분기 3.6%로 감소했고 18∼35시간 미만 취업자수도 2.4분기 5.7%, 3.4분기 2.2%로 줄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실업률은 1.8%로 작년동기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 기업흡수력 한계…『내년 고학력 실업사태 올 수도』
「許文明기자」 3.4분기 고용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겉」이 아니라 「속」이다.
전체 실업률은 1.8%로 완전고용상태다.
작년 동기(1.9%)나 전분기(1.9%)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수치고 취업자수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겉모습만 보면 나빠지는 경기와 정반대 양상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경기하강 국면에서 생기는 현상들이 보인다.
우선 제조업 취업자수가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주호연구원은 『실업률지표는 통상 현 경기에서 9∼10개월 정도 후행하는 지표이므로 현재 경기상태를 고용측면에서 보려면 제조업 취업자수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수출이 안되고 물건이 안 팔리니 채용도 줄이고 직원들도 퇴직을 종용받기 때문에 곧바로 수치로 반영된다는 얘기.
제조업취업자수는 이미 작년 4.4분기를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여 경기불황 여파가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어닥쳤음을 말해준다.
또 해고가 쉬운 임시직이나 시간제 근무자들이 올들어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도 불황이 깊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숙련도가 필요없는 서비스업종이 취업자를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실업률이 아직은 완전고용상태에 있는 것도 이 요인이 크다.
산업구조의 무게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탓도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이동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고용불안에 따른 전직요인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내년엔 사정이 달라진다.
서비스 일자리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경기가 당장 회복되지 않는 한 일자리가 더 창출될 곳이 별로 없다.
정리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선 신규채용 규모를 줄여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내년엔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는 시기인 25∼29세 대졸남성들의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기업의 고용 흡수력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감량경영에 채용축소까지 겹치는 내년에는 고학력 젊은층들의 실업사태가 생겨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계청이나 연구기관들이 분석하는 내년 실업률은 대략 2.4%대.
올해보다 수치상으론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취업희망자나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체감 실업지수는 90년대 들어 가장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