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基洪기자」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은 현재의 노사관계와 노동계 판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내용들을 담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던 「집단적 노사관계법」개정안의 내용을 쟁점별로 살펴본다.
▼복수노조 허용▼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으로 우선 내년부터 민주노총이 합법적인 노조 상급단체로 인정된다. 전노협 등 과거 재야노동운동의 맥을 잇고 있는 민주노총에는 현재 강성 대기업노조를 주축으로 9백여개의 노조가 가입해 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지난 50년간 유지해 온 유일 상급단체로서의 위치를 잃게 된다. 민주노총의 합법화로 앞으로 노사협상에서 한국노총과의 선명성 경쟁 등 노동계가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민주노총이 제도권에 흡수됨으로써 노사관계가 오히려 안정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또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분화돼 제2, 제3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의 금융노련 언론노련 등 직종별 상급단체도 직종별로 제2, 제3의 상급단체가 생길 수 있다. 노동계의 판도변화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2002년부터는 단위사업장에도 여러개의 노조가 생길 수 있다. 언론사를 예로 든다면 기자노조, PD노조, 공무국노조, 업무부노조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개의 직군별 노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2002년부터는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돼 조합원 회비만으로 노조전임자 임금을 충당해야하므로 작은 사업장에선 복수노조 설립은커녕 기존의 노조 마저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복수노조가 생기더라도 단체교섭시에는 여러 노조가 자체적으로 단일 교섭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노조들이 단일 창구를 만드는데 실패할 경우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
현재의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5.16쿠데타후인 지난 63년에 만들어져 87년에 더 강화됐다. 외국의 경우 대만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복수노조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영국은 79년에는 사업장당 평균 4.6개의 복수노조가 있었으나 92년엔 평균2.5개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제삼자개입금지▼
과거 노동운동가에 대한 「족쇄」로 여겨졌던 노동법상 제삼자개입금지조항(노사당자자 이외의 제삼자가 단체교섭, 쟁의 등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이 삭제된다. 그러나 현행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노사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의 범위가 「노사 상급단체, 노사요청으로 노동부에 신고된 자」 등으로 한정되고 「법적 권한이 없는 자가 개입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조항이 신설돼 실제 효력에 있어선 기존 조항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제삼자개입금지조항 적용대상이었던 재야노동세력이 복수노조 허용으로 합법적인 노조상급단체가 될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교원단결권▼
앞으로 「교원의 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 99년부터 시도별로 교원단체 결성을 허용한다. 「서울시교원조합」 「충남교원조합」 등의 형태다. 「전국교원조합」도 결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 교원조합」 등은 불가능하다.
또 노동법이 아닌 특별법에 의해 규정되므로 「노동조합」이란 명칭은 쓸 수 없다. 단체교섭권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등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단체행동은 일절 금지된다. 또 「학습권 보장 의무」를 명문화해 교원단결권 행사로 인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
기존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의 경우 교장 교감의 가입이 허용돼 있으나 교원조합에선 이를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9년 발족, 1천5백여 교사의 해직사태를 빚었던 전국교직원노조(현재 조합원 1만5천명, 후원회원 3만명)도 합법화의 길이 열린다.
▼파업중 대체근로▼
노조의 쟁의행위기간중 사용자는 당해 「사업(법인)내」의 다른 근로자를 작업에 투입, 조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즉 A라는 기업의 창원공장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울산공장 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새로 하도급(외주)을 줄 수도 있게 된다.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유니언숍 협정이 체결돼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아예 외부 근로자를 일시적으로 채용해 사용할 수도 있다. 현행법은 「쟁의에 관계없는 자의 채용 또는 대체를 금지」하고 있으나 노동부는 그동안 지침을 통해 당해 「사업장내」 근로자에 한해 대체근로를 인정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