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경영권 사냥시대』…올 9개사 주인바꿈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李熙城기자」 국내에서도 경영권을 겨냥한 적대적인 합병인수(M&A)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들어 이미 19개 기업의 최대주주가 공개매수 흑기사동원 대주주간 거래 등으로 바뀌면서 경영권이 제삼자에게 넘어갔다. 특히 적대적인 합병인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 3건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모두 5건이 발생했다. 이중에서 큐닉스컴퓨터가 시도했던 범한정기의 공개매수가 실패했고 항도종금 등 3건은 경영권다툼이 현재 진행중이다. 그동안 적대적인 M&A는 「기업의 경영권을 손쉽게 탈취하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부정적 여론때문에 활성화하지 못했으나 올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말하자면 무능한 경영자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유능한 경영자로 바뀌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발생한 한화종금 경영권다툼은 물론 올해초 빚어졌던 제일물산경영권 교체는 경영에서 소외됐던 2대주주가 최대주주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과거에 없었던 일이다. 제일물산의 2대주주였던 金仁俊(김인준)씨 형제들은 지난 1월 신원그룹을 끌어들여 제일물산의 경영권을 장악한뒤 경영권프리미엄을 받고 이를 신원그룹에 되넘겼다. 김씨형제들은 대주주에 버금가는 지분을 갖고도 경영권에서 배제된데 따른 불만으로 신원그룹을 흑기사(소수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불러들인 제삼자)로 끌어들였던 것. 합병인수전문가들은 이같은 소수주주들의 제몫찾기는 그동안 M&A를 규제해왔던 증권거래법 200조가 내년4월 폐지되면 더욱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있다. 아세아M&A 趙孝承(조효승)전무는 『미국의 경우 기존의 대주주가 경영을 잘 못해 주가가 떨어져 소수주주들이 손해를 볼 경우에는 어김없이 흑기사가 동원된 M&A가 발생한다』며 『앞으로는 국내 소수주주들도 자신의 이익을 찾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들어서 M&A가 급증하자 경영권안정을 위해 대주주들은 자기회사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올들어 7일 현재 54개 상장사가 모두 2천84억원을 자사주펀드(자기회사 주식관리를 위해 투신사에 위탁해둔 자금)에 가입했다. 또 올 한햇동안 기업의 주인이 바뀐 상장사는 모두 19개사로 지난해(20개사)보다는 줄었지만 지난 94년(13개사)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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