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시대/직업병]진폐증-난청,전체의 97%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金學辰기자」 10년전만 해도 직업병 하면 으레 광산노동자들이 석탄가루를 많이 들이마셔 발생하는 진폐증(塵肺症)을 연상했으나 요즘은 직업병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소음으로 인한 난청(難聽)이나 수은 납 같은 중금속중독, 유기용제중독도 직업병으로 판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모니터 앞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손가락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VDT증후군도 신종 직업병으로 등장했다. 직업병으로 판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직장에서 1년에 한두번 실시하는 건강진단에서 「이상」이 나와 정밀진단을 받은 후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진단을 받으려면 노동부가 지정한 전국 80여군데 특수검진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이들 기관에 소속된 의사가 직업병 소견서를 써주면 노동부 지방사무소에 제출, 직업병으로 판정받는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 특수검진기관으로 가장 전통있는 곳은 가톨릭의대 산업의학연구소와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지방에는 길병원(인천) 연세대 산업보건연구소(인천) 아주대병원(수원) 순천향병원(천안) 부산백병원(부산) 동강병원(울산) 마산삼성병원(마산) 등이 잘 알려진 특수검진기관. 가톨릭의대 윤임중산업의학연구소장은 『종전에는 순천향병원이 납중독, 고려대병원이 수은중독, 가톨릭의대가 분진과 유기용제중독을 주로 다뤄 병원별로 취급분야가 달랐으나 요즘 대학병원급 특수검진기관에서는 대부분의 직업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직업병의 경우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임상진단이 쉬운 진폐증이나 소음성 난청이 전체 직업병 진단의 97%를 차지한다. 중금속중독이나 VDT증후군 같은 직업병을 인정받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재야」의료기관들. 구로의원 성수의원 사당의원 인천평화의원이 이들이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신종 직업병을 밝혀내고 정부나 기업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노동조합이나 재야단체와 힘을 합쳐 직업병으로 판정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사건을 비롯해 80년대말∼90년대초 직업병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들이 사회문제화된 것은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이로 인해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던 우리나라의 직업병 진단 및 치료수준이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구로의원은 지난 86년 기독교계 법조인 의료인 노조 등이 돈을 모아 함께 설립한 병원이고 인천평화의원은 인천지역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직업병에 대한 상담 진단 치료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진료도 하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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