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금융대개편/미국]자율적 통합「전문금융」탄생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은행 보험 증권 등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견인차격인 금융업을 개혁함으로써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뒤따를 것인가. 이 금융 개편작업이 국가경제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첨예한 관심이 쏠려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결과가 일반국민의 가계에 쉽게 윤활유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상당기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지출을 훨씬 더 짜임새있게 하도록 강요할지 불안감마저 감도는 실정이다. 이같은 금융업 조정과 구조개편은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경제선진국들의 경우조차 성공과 시행착오가 엇갈린다. 우리의 금융개편 작업도 자유시장경제 선진국들이 불과 10여년 안팎으로 먼저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현지 특파원보고로 분석 정리해 본다.〉 「뉴욕=이규민특파원」미국에서도 금융산업 개혁은 최근 몇년사이 가장 큰 경제이슈로 부각되어 왔다. 정부가 규제성 법률을 정비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금융기관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금융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제일 먼저 손을 대려는 것이 지난 30년대 대공황 당시 만들어진 글래스―스티걸법의 개정이다. 금융기관별 업무영역을 규제하는 내용의 이 법은 이미 지난 70년대 연방정부가 금융업 경쟁력강화를 위해 금리를 자율화하고 업무영역 규제를 일부 폐지하면서 부분적으로 사문화한 법. 지난 2년간 미행정부와 의회는 은행의 증권업 진출과 증권사의 은행업무 허용을 골자로 이 법의 개정을 추진했다. 지난 연말 뒤늦게 보험업종까지 참여시켜야 한다는 이견이 제기되면서 개정안 마련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 하나를 고치는 데도 얼마나 신중한 검토가 뒷받침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노력을 비롯해 미행정부는 지난 90년대 들어 은행의 경영위험도를 반영한 예금보험요율 차별화, 주간(州間)은행업무허용(주내로 제한했던 영업지역을 전국으로 확대), 금융기관 감독규제완화(경영상태가 좋은 은행의 비은행업무 규제완화) 등 일련의 금융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금융개혁의 주체는 결코 행정부나 의회가 아니다. 미국의 금융산업이 어떤 제도적 개혁을 통해 발전해 왔다기보다 업계 차원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개혁의 주역은 역시 금융업계다. 업계의 자율적 금융개혁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금융기관간 인수 합병이다. 미국의 은행수가 지난 90년 1만2천3백43개에서 작년말 1만개정도로 감소했고 앞으로 10년내 은행점포의 수가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금융기관의 적자생존 실상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정부주도가 아닌 자발적인 것인 만큼 부작용도 그만큼 작다. 금융기관들의 개혁노력은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외에 부실점포 매각 등 경영합리화, 파생상품 거래의 적극화, 신용정보 판매 등 업무 다각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작업, 비교우위 부문에 집중투자하는 전문화전략 등 매우 다양하고 적극적이다. 비록 최근 국제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자아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의 자본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됐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은 이처럼 업계의 자율적인 개혁노력과 정부의 공정한 심판기능이 주춧돌이 됐다는 점에서 미국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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