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단체, 한국노동법 무엇을 문제삼나

  • 입력 1997년 1월 12일 19시 44분


한국의 총파업사태와 관련, 외국의 노동단체 조사단이 잇따라 내한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가 곧 개정노동법 내용에 대한 본격심사에 착수키로 하는 등 총파업이 국제이슈로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한국의 노동법 반대운동에 대한 국제적인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개정 노동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예단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선 현재 한국 노동계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국제자유노조총연맹(ICFTU)은 각국 노조상급단체들의 연대기구이지 각국 정부대표가 모인 국제기구는 아니다. ICFTU에는 현재 1백30개국 1백96개 노동단체가 가입해 있으며 한국노총은 지난 49년에, 민주노총은 96년 6월에 각각 가입했다. 한국노총의 경우 본부와 아시아지역본부(APRO)에 1년에 3천2백여만원 가량을 회비로 납부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연간 회비로 얼마를 내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노동기본권 쟁취운동을 지지해 온 ICFTU 등 해외 노동단체들이 이번 총파업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명서 발표, 항의서한 전달 등의 수준을 넘어 외국 근로자들이 직접 현지 한국대사관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외국노동단체대표가 서울에까지 날아와 항의하는 등 이례적일 만큼 지원강도가 높아 정부여당을 다소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해외노동단체의 내정간섭적인 움직임에 대해 의아해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총파업이 법과 제도를 둘러싼 투쟁이어서 세계적인 신보수경향 속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해외노동단체들의 관심이 더욱 큰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블루라운드(노동탄압을 하는 국가의 수출품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추세 속에서 한국의 노동기본권을 이슈화해 한국 경제를 견제하려는 선진국 자본의 이해관계도 개입돼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지난 수년간 한국 정부에 수차례 노동법 개정권고를 해왔던 ILO와 OECD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쏠리고 있다. 이들 두 기구는 아직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OECD는 오는 22일 산하 고용노동사회위원회에서 한국의 노사정(勞使政)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새 노동법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제기구가 교원 공무원의 노동3권 유보에 대해 분명한 지적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교원에 대해 『2년 유예 후 제한적 단결권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해놓고도 실제 국회상정 과정에서 이 대목을 몰래 빼버려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복수노조 시행 유예와 직권중재조항 존속, 공익사업장 쟁의제한 등도 지적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막상 우리 근로자들이 가장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도입에 대해선 별다른 지적이 없을 전망이다. 왜냐하면 우선 변형근로제의 경우 ILO협약도 임금감소 보전 등 각종 완충장치를 전제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OECD회원국들은 한국의 개정노동법보다 훨씬 변형정도가 심한 3개월(일본)∼1년(프랑스)단위의 변형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개정 노동법이 변형근로제에 관한 한 대부분의 OECD회원국들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정리해고의 경우도 ILO협약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인정하고 있고 유럽국가는 우리 노동법과 비슷하며 미국은 훨씬 정리해고가 자유롭다. 따라서 해외노동단체들이 우리의 개정 노동법에서 문제삼을 수 있는 대목은 교원과 공무원의 단결권 유보와 복수노조 3년유예, 직권중재조항 존속 등에 국한될 뿐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李基洪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