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錫昊기자」 서울고법이 16일 정당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정리해고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린 것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법원은 그동안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27조를 준용, 정리해고에 대한 판례를 형성해왔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정리해고라는 용어를 판례에 사용, 기업측의 정리해고에 대해 구체적인 요건을 명시한 것은 지난 89년.
대법원은 당시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운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급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해야 하고 △경영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자산매각 등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하여 해고대상자를 선별해야 하며 △노조나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4가지 구체적 요건을 명시했다.
대법원은 특히 「긴박한 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해고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업이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엄격한 해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91년 이후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은 인정하면서도 판단기준에 있어서는 상당한 변화를 보여왔다. 91년 12월 대법원 판례는 정리해고의 첫번째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대해 이전보다 완화된 해석을 내렸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요건을 반드시 기업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넓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업의 합리화조치로서의 정리해고를 넓게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95년에는 「정리해고가 정당하려면 4가지 요건 등 제반사항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 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 보다 폭넓은 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정리해고에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던 대법원 판례가 6.29선언 이후 다소 보수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기업측이 해고 요건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