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경제위기」 기업부터 반성하라

  • 입력 1997년 1월 19일 19시 43분


「경쟁력 10% 향상」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목표를 세우는 일은 쉽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노동법을 개정했다. 노동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 성과의 배경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겠지만 그 중에는 헌신적으로 땀흘린 노동자들의 공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영업상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업들은 이 이익을 올바르게 쓰지 않았다고 본다. 균형있는 이익분배와 제품개발 기술개발 경영합리화 교육 등에 재투자하는 일은 등한시하고 기업규모 확장과 사재축적에 더 매달려 왔다는 느낌을 준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지혜는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외면해 오지 않았나 싶다. 그처럼 급변하는 국제 경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한국의 「국제경쟁력 낙후」라는 현상을 초래한 주된 원인이 아닌가. 그런데도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실책에 대한 반성은 없이 덮어놓고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들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한다면 온당하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적 기업 내지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과연 얼마나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지 정부는 재점검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국내경제의 원동력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방법을 지양하고 기업들이 사회에 대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할 때를 맞았다. 기업들도 국가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자처한다면 동시에 국가경제의 낙후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잘되면 내 탓이요 못되면 네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이 기회에 기업들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민주주의 기업정신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리사욕을 버리고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 경제 회복에 공헌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발붙일 나라가 있고 함께 일해줄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 동 천 <美남가주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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