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鎔宰기자」 식품업체 풀무원은 연세대학교 안에 연구소를 갖고 있다. 지난 95년 현대 삼성 대우 LG그룹 등이 연세공학연구센터(YRC)건립을 위해 자금을 낸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중견업체인 풀무원이 40억원이라는 돈을 쾌척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돈이 덤벼드는 모양이군』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기금 40억원의 대가는 YRC내의 연구실을 20년간 무상임대받는 것. 아직 센터는 완공되지 않았지만 연세대 빈 건물에 임시로 「풀무원기술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40명의 연구원이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李相潤(이상윤)풀무원기술연구소 차장은 『수십억원대의 실험 장비는 물론 의학 전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까지 공유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40억원이 큰 비용은 아니다』며 『무엇보다 큰 효과는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연구원들이 대학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접하면서 재교육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식품가공과 포장 등 공학적인 기술외에 경제 경영학 등 사회과학분야의 조언까지 덤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것.
반도체부품 제조업체인 ㈜우영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연구발전기금 3억원을 기부했다. 그 대가로 98년 완공되는 연구동에 연구실을 장기임대 받게 된다.
첨단장비를 빌려 쓰거나 함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더라도 연구소에 책상하나만 놓고 있으면 KIST내에서 오가는 첨단기술의 동향이나 해외기술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셈. 그 정보의 가치를 3억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금을 많이 낼 형편이 안되는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국책연구소나 대학의 문이 높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구소와 대학의 문을 주저하지 말고 두드려보자. 그곳에 새롭고 유용한 기술들이 중소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
▼ 대 학 ▼
대학은 국내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의 74.6%(94년기준)가 몰려 있는 곳이다. 또 중소기업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고가 장비들도 갖추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93년부터 시작한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지역컨소시엄」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국 61개 대학과 지역별 중소기업을 연결시켜 대학을 중소기업의 「공동연구소」로 활용케 하는 사업이다.
운영사업비의 75%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는 만큼 비용도 저렴하다. 지난해말 현재 전국 1천여개의 중소기업이 9백60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이들 대학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 연 구 소 ▼
KIST 표준과학연구원 등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이용해 볼만하다. △중소기업으로부터 실비로 연구프로젝트를 발주받아 기술을 개발해 주는 「계약 연구」 △출연기관소유의 특허기술을 중소기업에 넘겨주는 「특허 무상양허」 △고가 장비가 필요한 화학 및 재료분석 등 시험을 대행해 주는 「분석지원」 등을 지원한다. 또 과학기술처 등에 문의하면 단기적인 기술애로진단에서 연구비까지도 지원받을 수 있다.
▼ 기 타 ▼
지난해말 30, 40대 이공계 대학교수 5백30여명이 창립한 대학산업기술지원단(단장 朱承基·주승기서울대교수)은 선(先)연구, 후(後)보상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애로기술에 대해 무상으로 연구한 뒤 성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될 경우 보상금을 받는다.
그밖에 중기청의 사업과 별도로 최근 「중소기업 기술지원센터」 「중소기업지원본부」 등을 학내에 설치한 대학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자립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