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관계자 해명]은감원『여신편중 파악 시정권유』

  • 입력 1997년 1월 25일 20시 21분


「한보의혹」에 대해 관련 금융기관 정부당국 기업이 「해명」자료를 뿌리고 있지만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우선 한보철강의 사업착수부터 다시 한번 따져보자. ▼아산공장 투자를 왜 방관했나▼ 통상산업부의 설명은 이렇다. 『당시 한보 철강투자 때에는 철강공급에 과잉우려가 없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보의 신규진입을 말릴 이유가 없었다. 91년 당시에도 인허가 필요없이 신고만 하면 가능했다. 그러나 현대가 들어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삼성자동차진입 때 경쟁논리를 내세운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고 뭔가 군색하다. 현대의 일관제철소추진은 반대하고 한보의 잇단 기술도입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정부 입장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코렉스공법을 도입했을 때도 그냥 넘어갔다. ▼은행들은 왜 줄줄이 물려들어갔나▼ 조흥은행한 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난 94년 한보가 우리은행에 3억달러 규모의 시설재 신용장개설을 한 것을 계기로 여신이 늘어났다. 물론 은행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과거 포철 초기시절 주거래를 안맡았다가 나중에 「이득」을 놓친 뼈아픈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아 한보에 대출해주기로 했다. 물론 신용장개설로 수수료수입도 올렸다』 수수료수입에 재미를 붙여서 거래를 하다보니 대출이 늘어났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몇백원 벌자고 수백억원의 돈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 91년 수서특혜사건 때 한보가 공중분해될 위기에 몰리면서 주거래은행들은 혼쭐이 났다. 따라서 조흥은행의 경우 91년 당시 1천5백억원에 달했던 한보에 대한 여신을 95년에는 5백억원까지 줄였다. 그러다가 96년 한햇동안 5천억원의 거액여신이 나갔다. 3공, 5공, 6공때도 이런 무지막지한 예는 없었다. ▼사업성 검토 제대로 됐나▼ 산업은행 부산지점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92년 한보가 당시 상공부로부터 외화대출적격업체 추천을 받아 독일 외산기자재구입용으로 서울은행과 함께 2천만달러 규모의 외화대출을 하면서 거래가 시작됐다. 당진공장에 설비자금을 대준 것은 산은계열 한국기업평가에 사업타당성조사를 맡겨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다. 94년까지 사업비가 3조6천억원일 때만 해도 사업성이 있어 지원을 했으나 이후 사업비가 5조7천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사업성이 없어보여 95년부터 대출을 중단했다』 작년말 한보의 부실이 곪아터지는 것이 보이는 데도 4개은행장들이 4천억원의 협조융자를 해줬다. 산은이 사업성을 의심하며 대출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설 및 운전자금으로 1천억원을 대출해준 이유는 설명이 없다. 당초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다른 기관에 사업성조사를 맡겼다가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자 한국기업평가에 다시 맡겨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와 감독기관은 정말 몰랐나▼ 은행감독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동안 주요채권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이 편중되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법과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건전성 지도차원에서 편중여신을 줄일 것을 권유했다.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강제로 시정할 수단은 없다』 제일은행을 제외한 조흥 외환은행 등은 한보철강대출에 대한 여신이 미미하다가 작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보철강에 대해 조흥 외환은행이 작년 한햇동안에만 5천억원을 대출한 것은 누가 봐도 특혜대출이 분명한데 감독당국이 규정위반이 아니라며 방관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은행대출금 정말 공사비에 썼나▼ 한보설명은 이렇다. 『자금난에 시달린 것은 당진제철소 투자자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긁어 여기에 쏟아부었다. 딴데 쓸 여유가 없었다』 한보는 5조원대의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상아제약 등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했다. 한보가 당초 철강사업의 자체자금으로 조달하겠다고 한 부동산매각 등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한보철강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10여차례의 자구노력각서를 받고 이행독촉공문을 보내도 자구노력을 하지 않았던 한보가 이들 기업을 인수할 자금은 어디서 마련했을까. ▼괴자금을 과연 사용했을까▼ 한보측은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4백억원 외에는 사채를 쓴 것도 항간의 괴자금은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작년말쯤부터 증시루머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사채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문이 안좋은데 누가 돈을 주느냐』고 말하고 있다. 지난 94년 국감에서 야당국회의원이 한보철강에 대한 거액 사채제공설을 폭로하는 등 한보의 사채사용설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최근 자금난을 겪으면서 한보주변에선 「비상 섞인 돈이라도 일단 받는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사정이 다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따질 정신이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더구나 이 돈이 「검은돈」이라면 영원히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白承勳·許承虎·千光巖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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