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경제난 타개한 중남미서 배우라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8분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중남미화」 「제2의 멕시코」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어렵고 불투명한 우리의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나타내는 표현이겠지만 정확한 비유가 못된다. 마치 중남미나 멕시코가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상대국가의 위신이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다면 우리의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80년대만 해도 중남미는 군부 쿠데타와 살인적 인플레에다 쌓여가는 외채 등으로 시달렸다. 오죽하면 8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까지 부를까. 하지만 9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민주화와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매년 3∼5%의 꾸준한 경제성장에다 물가와 환율도 안정추세를 보이자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가 중남미를 21세기의 신흥경제권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94년말 멕시코의 금융위기로 세계가 긴장한건 사실이다. 그 영향으로 95년 멕시코는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96년 들어 완전히 정상을 회복, 3.4분기에는 7.4%의 고도성장을 보였다. 긴급지원비 1백35억달러도 예정보다 3년 앞당겨 미국에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젠 부실의 대명사로 통하던 과거의 중남미가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오히려 방대한 천연자원과 다듬어져 가는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무한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중남미는 우리와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다. 지난해 우리의 대(對)중남미 교역량은 1백20여억달러로 4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중남미와의 교역에서 기록한 1백억달러 이상의 흑자는 우리의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 기업들의 활발한 중남미 투자진출은 이 시장의 잠재력을 웅변해준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국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중남미가 오늘과 같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저변에는 80년대 경험한 혹독한 시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중남미에서 배울 차례다. 세계화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국제사회의 동반자들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우방국들의 위신과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표현은 삼가는게 옳다. 추 연 곤<외무부 남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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