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이 위험하다는 전문신용평가기관의 경고를 두차례나 묵살하고 대출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보철강이 계열사에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대여해준 사실이 드러나 은행대출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있다.
29일 제일은행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행장의 승인을 받아 지난 94년 1월과 지난해 9월 한국신용정보㈜에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성평가 의뢰를 한 결과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경영진에서 이를 묵살했다.
94년의 1차 보고서는 「한보철강의 자체자금조달 계획이 실효성이 없는데다 장기시설투자를 외부자금, 특히 단기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재무구조가 매우 불량하다」고 경고했다.
제일은행은 그러나 1차보고서를 받은 이후 오히려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지난 93년 2백47억원에 불과하던 순여신이 94년에는 5천2백45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지난해 9월 2차보고서는 한보철강의 재무구조는 물론 기술적인 측면과 철강수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렸으나 제일은행은 이후 산업 조흥 외환은행 등과 함께 5천2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융자해줬다.
이때 제출된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보철강의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비율이 철강업종의 평균치보다 4∼5배나 높은 20∼30%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비교적 철강경기가 좋았던 지난 95년 철강업종 전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3%로 한보철강의 경영이 정상화되더라도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지난 91년이후 한보철강은 한보와 한보에너지 등 자금사정이 어려웠던 계열사에 무려 1천2백억원을 대여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한보철강이 91년과 92년 은행권에서 빌린 대출금이 2천4백억원과 3천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千光巖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