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사채시장선 작년 3월 이미 「주의보」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李明宰기자] 한보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짜리 어음을 사채시장에 내놓기 시작, 이미 1년전부터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때 사채시장에는 「한보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으나 다른 어음에 비해 이자가 높아 일부 사채업자들은 「투기」하는 마음으로 이를 사들였다가 낭패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명동 등의 사채업자들에 따르면 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주로 金鍾國(김종국) 당시 재무본부장이 맡았다. 그러나 한보가 거액의 어음을 마구 풀어 놓자 사채업자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한보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재벌기업이 사채시장에까지 손을 뻗칠 정도면 이미 회사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이 때문에 수백억원씩을 주무르며 회사의 경영실태 등을 꼼꼼히 따진 뒤 「별 이상이 없다」는 판단이 서야 돈을 빌려주는 「큰손」들은 자본금에 비해 부채비율이 엄청난 한보의 재무구조에 놀라 어음인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한보측의 어음을 떠맡은 업자들도 상당수 된다는 것이 사채업자들의 말. 명동의 한 업자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짜리 한보 어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3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사채업자의 생리상 공개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별로 내키지 않으면서도 한보의 어음을 인수한 것은 일단 이자가 아주 높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6개월 만기 어음의 경우 사채시장의 「적정할인금리」는 통상 월 1.2∼1.4% 정도. 반면 최하등급인 「C급」대우를 받은 한보의 어음은 이율이 월 2.0∼2.2%나 됐다. 결국 고율의 이자수익을 노린 일부 업자들은 「투기」하는 심정으로 어음을 인수했다는 것. 또 당시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는 『한보의 뒤는 대권주자 등 권력핵심층이 봐주고 있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무성해 이 소문을 믿고 어음을 산 업자들도 상당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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