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세양선박이 지난해말부터 3백억원에 달하는 기업자금을 자회사에 대여금형식으로 빌려준 다음 이중 1백77억원을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세양선박의 대주주인 李島相(이도상)회장은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처남으로 지난해 의문의 자금을 동원, 세양선박 지분을 인수했다.
2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세양선박은 한보철강이 자금난에 빠졌던 지난해 11월부터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된 직후인 25일까지 13차례에 걸쳐 한번에 5억∼60억원씩 자회사인 대동조선에 2백17억원, 세양주건에 86억원 등 모두 3백3억원을 대여했다고 공시했다.
이중 대동조선에 빌려준 자금의 행방이 묘연하다.
대동조선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동안 세양선박으로부터 2백여억원을 빌린 뒤 대부분을 갚았다』며 『현재 세양선박에 추가로 갚아야 할 돈은 40억원가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결국 대동조선이 상환한 1백77억원의 자금이 세양선박으로 입금되지 않고 중간에서 어디론가 증발하고 만 것이다.
금융계는 이 자금이 한보 정총회장에게 갔거나 자금난을 겪고 있던 한보철강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또 이회장이 한보철강 부도가 구체화되자 세양선박 자금을 두 출자회사에 빌려준 다음 중간에서 개인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주위에선 보고 있다.
세양선박 이회장은 자금사용처와 관련해 지난 28일 『지금은 얘기하기 곤란하다. 다음에 말하겠다』며 정확한 사용처를 밝히길 거부했다. 세양선박 이회장은 지난 10일 한보철강이 서울은행으로부터 87억원을 대출받을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세양선박 주식 97만주(지분 39.9%)를 담보로 제공했으나 한보철강이 부도로 쓰러지는 바람에 경영권을 상실할 상황에 몰려있다.
〈李熙城·鄭景駿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