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민 기자]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에서 사환 노릇을 하던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사장으로 변신한다. 누구나 한번쯤 가져봄직한 신분 상승의 달콤한 꿈. 영화속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도 「수직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사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키워 사업으로 발전시켜주는 사내 창업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데이콤 삼성데이타시스템(SDS) 코오롱정보통신 등에서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올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5년 「소(小)사장제」를 도입한 데이콤의 경우 지금까지 모두 3명의 사장을 탄생시켰다.
1명은 부장급에서, 나머지는 대리 출신에서 나왔다. 대리 출신 소사장의 경우 회사에 들어온 지 불과 몇년만에 사장 소리를 듣게 되는 셈이다. 웹서비스인 「다물」,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인 「인터파크」 등이 젊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키워낸 경우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SDS와 코오롱정보통신에서도 사내 창업제도를 도입했다.
SDS의 경우 지난해 3월 「사내기업가제도」를 도입하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현재 1건이 최종 심의만 남겨놓은 상태.
코오롱정보통신도 올해 이 제도를 실시하기로 하고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상반기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사장을 탄생시킬 계획.
사장이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영화의 스토리처럼 「우연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에 임원급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일단 아이디어가 뽑히면 몇억원에 이르는 창업 자금과 필요한 인력을 지원 받는다. 물론 본사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상당히 자율적으로 경영에 나설 수 있다. 이익을 내면 특별 상여금 형태로 일부가 자신에게 돌아온다.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 진짜 사장이 되기도 한다.
코오롱정보통신 尹俊漢(윤준한·경영지원본부장)이사는 『사내 창업제도는 창의력과 주인 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