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기름값 잇단 인상은 환율 급등탓』

  • 입력 1997년 2월 20일 20시 01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폭등하면서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특히 수입원자재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나 되는 정유산업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수입한 원유는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급등은 석유제품의 가격인상 요인이 된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는 환율급등은 국내 정유사에 엄청난 규모의 환차손을 안겨주고 있다. 원유 수입에는 유전스 금융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유전스란 원재료를 외상으로 구입하고 구입대금은 생산된 제품을 판매해 회수한 금액으로 상환하는 단기외상거래 형태.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제도로 정유 철강 등 대규모 원자재 수입산업에는 꼭 필요한 실정이다. 정유산업의 경우 생산된 제품을 판매해 대금을 회수하는 「자금1회전기간」은통상1백26일 수준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길다.더구나원재료비의 원가 비중이 높아 1백64일(95년 실적기준)의 유전스 금융으로 자금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유전스기간 이자금 1회전기간보다 긴 까닭은 원유도입에 운임 보험료 관세 수입부과금 등 추가자금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유전스 금융을 이용함에 따라 원유도입 시점과 대금결제일 사이에 환율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유전스 환차손익으로 나타난다. 요즘처럼 환율이 폭등하면 정유사 등 수입업자에게는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달러당 원화환율이 10원만 올라가도 원유도입에 따른 정유업계의 연간 환차손은 6백여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정유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므로 현재도 수요증가와 고급화에 따라 시설확장과 함께 시설고도화가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도 막대한 시설자금이 소요되는데 소요자금의 일부는 외국으로부터 장기차입 형태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장기 외화차입금 역시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손이 발생해 경영악화의 요인이 된다. 외화차입금도 차입시점과 상환 또는 결산시점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96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정유사의 정유부문 손익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석유제품의 안정된 국내공급을 위해서는 이같은 환차손이 판매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석유제품 가격인상은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급등에 따른 결과임을 소비자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김건흡<대한석유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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