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농공단지 실태]자금-인력-판로 3難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강정훈기자] 『당신, 직장 옮기면 당장 이혼할테니 알아서 하세요』 창원공단내 D사에 대리로 근무하는 주모씨(34)는 최근 경남 함안지역 농공단지의 한 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직급과 급여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한 부인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공장 건물 기계 기구는 의 담보 물건이므로 무단반출을 금함. 위반시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됨」. 경남 합천군 율곡농공단지 등 각 지역 농공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쉽게 볼 수 있는 딱지의 문구들이 농공단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많은 농공단지들이 당초 설립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빈사 지경에 이른 것은 복합적인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농공단지가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물류비용 부담이 컸고 판로 확보가 어려웠으며 당국은 자본이 취약하고 경영상태가 부실한 중소업체들이 마구잡이로 몰려들어도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결국 자금 인력 판로난 등 「3난(三難)」에 자치단체의 무리한 실적위주의 공단조성과 마구잡이식 업체 유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농공단지를 빈사 상태에 빠뜨리는 주된 요인이 된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하려는 기업주의 무분별한 공장 건립도 부실의 또다른 원인이 됐다. 부지가 팔리지 않아 자치단체들이 겪는 자금난도 엄청나다. 경북의 24만평, 충남 22만5천평, 강원 12만3천평 등 수백억원을 들여 전국에 조성한 공장용지 가운데 3백만평이상이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대부분의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은 현지인 채용을 꺼린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인력도 부족하지만 전문기술인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 경남 김해시 진영농공단지내 동성전기 관계자는 『93년 부산에서 공장을 옮겨오면서 직원들을 대부분 데려왔다』고 말했다. 현지인은 전체 직원 70명중 10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외지인이다. 합천군 지역경제과 서문병관씨(32)는 『연령이 많고 농번기에는 농사에 매달려야 하는 현지인을 채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병역특례자 등을 농공단지에 취업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함안의 법수농공단지에 입주했다가 문을 닫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중인 한 중견 경영인은 『정부가 자금지원 규모를 조금 늘리는 내용 등의 농공단지개발시책 통합지침을 지난해 마련했지만 근본적 처방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장용지만 조성할 것이 아니라 유통 교육 문화 정보 주거 등 정주(定住)시설을 함께 입주시켜야만 그런대로 유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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