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구가 떠오른다／불가리아］１년새 환율 ４０배 급등

[소피아〓김상영특파원] 소피아 교외의 미국계 대형슈퍼마켓 「댈러스」는 이달 중순부터 모든 품목에 대해 20%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손님은 넘치고 물건은 달리는데도 할인판매에 나선 것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널뛰기 환율」 탓이다.

연초 1달러당 5백레바로 출발한 환율은 1월중순 7백레바, 1월말 1천4백레바, 지난 10일 3천2백레바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2천1백레바 수준. 개방이후 작년 4월까지 1달러당 80레바 수준에서 안정돼 있던것에비하면1년도안돼 무려 40배가 오른 셈.

『환율이 오를 때는 상품값이 표시된 바코드를 고쳤어요.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환율이 다시 내려 바코드는 그대로 두고 그냥 할인해 팔기로 했습니다』(댈러스 지배인)

이 슈퍼마켓은 하루종일 물건을 사려는 소피아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러나 매장에 진열된 물건은 작년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불가리아 현지화폐로 아무리 물건을 팔아봐야 급등하는 환율을 따라갈 수 없어 해외에서 상품을 사올 달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불가리아 전체가 생필품 부족에 허덕이게 됐다. 이틈을 노려 최고치였던 지난 10일의 환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가게들도 생겨나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소피아 시내 한복판의 고급식당들은 달러나 마르크화로 값을 적어놓았다. 소피아 근교의 대규모 유통단지 일리엔티야에도 물건값을 외화로 적어놓은 가게들이 적지 않다.

일리엔티야의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담배 10갑을 10달러에 샀다. 외국인들이야 달러로 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작년말 5천레바를 냈지만 이젠 2만1천레바를 내야한다. 담뱃값이 두달만에 4배로 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