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기자] 통합과 카리스마의 삼성전자, 분화와 협의(協議)의 LG전자.
국내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두 업체가 서로 전혀 다른 조직형태로 전자업계의 정상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빠른 전략결정과 각 부문의 시너지효과를 얻기에 적절한 조직이고 LG는 전문성과 현장감을 강조한 조직으로 양사는 각자의 장점을 무기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직 형태〓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전자업체답게 가전 멀티미디어 반도체 정보통신의 모든 부문을 한 울타리안에 두고 있다. 최근 이뤄진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을 보면 尹鍾龍(윤종룡)사장아래 각 부문을 본부로 두는 1총괄 10본부로 요약된다.
반면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본부에 해당되는 분야를 별도의 계열사로 분리해놓고 있다. 즉 △가전과 멀티미디어분야를 맡는 LG전자 △반도체를 맡는 LG반도체 △통신교환기와 통신단말기 등을 맡고 있는 LG정보통신 △PC부문만을 전담하는 LG―IBM사로 나뉜다.
삼성전자 1개 업체가 LG의 4개 업체를 상대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6만3천명의 임직원이 20조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나 LG의 경우 4개 업체를 합친 임직원은 4만8천여명이며 매출액은 8조9천억원으로 삼성전자가 규모에서 압도적으로 크다.
▼조직의 장점〓『멀티미디어시대에는 삼성전자 조직이 가장 적절하다』(LG측 고위관계자)
『가전부문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은 업종전문화와 자율화의 결과다』(장은경제연구소 연구원)
멀티미디어시대에는 각 부문의 기술협조가 중요하고 기술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빠른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높고 대표가 결정을 하면 그게 곧 전략이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 가전이 적자를 보더라도 반도체에서 보전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자금운용에도 유리하다. 물론 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LG조직의 기본은 「문화가 다르면 분리시킨다」는 것. 괜히 합쳐놓았다가는 역작용만 생긴다는 것이 오너의 철학이다. 따라서 각자의 영역에서 얻어지는 전문성은 통합조직의 경우에 비해 훨씬 많다. LG반도체가 삼성전자에 비해 반도체기술에서 다소 앞서는 것이 그 예다.
전략수립은 다소 늦지만 추진과정에서는 통합조직보다 몸이 가볍기 때문에 다소 빠를 수 있다.
또 모든 영업이 현장위주로 이뤄지고 부문별로 서로 도와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각 부문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측은자사의조직을일본의 NEC와 미쓰비시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고 LG측은 미국의 GE사와 펩시콜라와 닮았다고 진단했다.
▼조직의 단점과 보완노력〓삼성전자 조직의 단점은 지난달 있었던 조직개편때 내걸었던 「자율 스피드 심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즉 몸이 큰 만큼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실행이 늦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위에서 지시가 있기를 기다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이 안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LG는 정책 하나를 결정할 때 각 회사간의 조정이 어려워 경쟁사보다 늦고 시너지효과가 낮다는 것이 최대 단점. 이를 개선하기 위해 LG경제연구소는 지난 1년간 집중연구를 했고 상반기중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은연구소의 金慶勳(김경훈)위원은 『각 사의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 어디가 낫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어떤 조직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는 조직론 분야의 좋은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