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첫공판에서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청와대 경제수석이 은행장들에게 대출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짐으로써 의혹으로만 남아있던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됐다.
한보사건은 검찰이 발표한 것처럼 洪仁吉(홍인길)전청와대 총무수석과 은행장들의 「부정부패사건」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대출을 직접 관장하는 경제수석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그 성격규정이 바뀌게 됐다.
검찰은 한, 이전수석의 비리개입 사실은 관련자들에 대한 보강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지만 야당이 두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와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한보사건 축소 시비가 재연되고 있다.
또 청와대 경제수석들의 비리개입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등 한보철강에 대한 정책지원과 관련, 경제부처관계자들의 비리개입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이전수석은 『이미 한보에 엄청난 액수를 대출해줬기 때문에 더이상의 추가 대출은 어렵다』는 은행장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봐줄 수 있으면 좀 봐주라』며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대출압력의 강도도 상상외로 컸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홍인길 鄭泰守(정태수)씨 등 관련 피고인들은 모두 이날 『배후나 몸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 5조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대출을 주도한 「보이지 않는 몸체」가 쉽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이들은 또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정태수리스트」나 「홍인길리스트」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다.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부인해 재판과정에서 비리인사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이전수석이 단순히 동료비서관에 불과한 홍전수석의 부탁만으로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강력하게 대출압력을 행사했다고는 보기 어려워 『배후가 없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태수피고인의 3남 譜根(보근)씨가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와 가까운 홍인길피고인을 대출부탁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 사실이 이날 공판에서 드러나 보근씨가 현철씨에게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청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판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이나 증인신문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진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상황이다.
〈하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