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부도/정가 연루의혹 안팎]김현철과 三美관계

  • 입력 1997년 3월 19일 19시 54분


[허승호기자] 삼미그룹 부도 및 법정관리신청 사태가 「제2의 한보사태」로 비화될 조짐이다. 삼미그룹에 대해 「정치권 실세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주장이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됐으며 법정관리신청을 계기로 이같은 의혹들이 한 꺼풀씩 벗겨질 것으로 보인다.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 커넥션 의혹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와 金顯培(김현배)삼미그룹회장 △崔炯佑(최형우)신한국당고문―徐相綠(서상록)삼미그룹 부회장―金顯哲(김현철)삼미그룹 전회장―김회장의 관계를 두 축으로 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삼미그룹 김회장의 고려대 2년후배로 평소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경영연구회 등 현철씨의 사조직이 거론될 때마다 김회장의 이름이 거명되곤 했다. 포철의 상당수 관계자들은 『포철이 삼미의 창원공장 및 북미공장 인수협상에 나선 것은 현철씨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철 일각에서는 『삼미측이 현철씨를 믿고 그랬는지 원자재 외상매각대금 9백억원을 탕감해달라는 투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면서 『포철 임원진이 이 문제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되고 현철씨의 정경(政經)개입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포철에 대한 이같은 요구는 수그러들었고 포철도 삼미의 북미공장인수를 거절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미와 정치권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인맥은 이 그룹 서부회장. 그는 신한국당 최고문의 친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미그룹의 한 임원은 『서씨는 미국에서 최씨를 만나 여러차례 식사를 하면서 친해졌다. 그는 그룹 내부경영에는 간여하지 않고 대외활동에만 주력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 세차례 미하원의원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서씨가 삼미에 전격영입된 것은 김 전회장의 결정이었다. 서씨 영입과 관련, 김 회장은 『형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씨 영입을 계기로 삼미는 최고문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해왔고 대신 최고문은 삼미를 엄호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미는 지난 13일 부도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막은 일이 있다. 그후에도 삼미측 고위임원들은 『결국 포철이 인수할 것』 『부도야 나겠느냐』며 뭔가 믿는 데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 김회장은 세간의 이같은 의혹에 대해 『삼미는 스스로 경영해 왔으며 외부의 지원이나 압력은 없었다』며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한번도 만나본 일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포철의 한 관계자는 『재계 청년기업가를 중심으로 복잡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현철씨를 고려대 동문인 김회장이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다』며 『이같은 주장은 김회장 발언의 전체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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