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은 독일 SMS(Schloemann Siemag)사로부터 1백만t규모의 박(薄)슬래브설비 2기를 도입, 가동하는데 7천7백97억원을 투자했다.
반면에 포항제철은 독일 만네스만사의 연산 90만t설비 2기를 짓는데 6천2백억원을 썼으며 미국 뉴코사는 SMS사 1백만t설비 2기에 4천6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은 SMS사와의 거래에서 포철보다 1천5백억원을 더 냈으며 미국뉴코사와 비교하면 3천2백억원을 더 쓴 것으로 추산된다. 이 자금중 상당액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당진제철소 총투자비도 국내업체 동종설비와 비교하면 대략 1조2천억여원이 많다는 계산이 나와 「1조원 리베이트설」이 그냥 꾸며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즉 95년에 준공된 당진제철소 A지구의 경우 연산 1백만t 봉강설비와 2백만t 박슬래브설비 등 두가지 설비를 들여오는데 포철 등 타업체에 비해 3천억원이상 많은 투자비가 들어갔다. 더욱이 현재 건설중인 B지구는 코렉스설비에서 2천8백억원, 제2열연설비와 냉연설비에서 5천7백억원이 국내 업체들보다 과다하게 투자됐다.
특히 한보가 코렉스용량을 1기에 75만t규모라고 발표했으나 포철이 시험가동중인 코렉스설비와 똑같은 오스트리아 베스트 알핀의 60만t급 C―2000모델로 확인됐다.
베스트 알핀사는 『코렉스설비의 가격내용은 고객의 기밀사항이어서 공개할 수 없지만 리베이트 수수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SMS 국내사무소인 크로버무역은 『지난 95년 한보철강이 SMS사로부터 냉각압연설비를 1억8천만달러에 도입하는 것을 중개했지만 리베이트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2천억원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독일 SMS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종업원 4천명, 연매출액 6조원인 세계적 제철설비업체다. SMS사는 포철과 한보철강 등 국내철강업체들에 제철설비를 납품해오면서 국내업체와 활발한 거래를 해왔다.
SMS사는 80년대 중반 첨단공법인 박슬래브공법을 개발, 미국 전기로업체 뉴코사에 납품했다. 한보는 뉴코에 이어 두번째로 1단계공사에서 박슬래브공법을 과감하게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임원들은 한보철강을 방문, 鄭泰守(정태수)총회장과 오찬을 갖는 등 한보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박슬래브공법은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기존 슬래브보다 두께가 얇은 슬래브를 만들고 이를 압연해 핫코일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났듯이 국내기업들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외국기업과의 거액거래시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설비도입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따라서 한보 비자금을 둘러싼 의혹은 한보의 해외거래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이뤄져야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