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기자] 『김(金)담당 전화받아요』
정보통신 관련 회사에 가면 생소한 직함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직위 및 호칭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데이타시스템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LGEDS시스템 LG정보통신 등. 이들 SI업체들은 국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리 과장 부장 이사 등의 연공서열형 직위 호칭을 내다버렸다. 삼성데이타시스템의 경우 담당 전임 선임 책임 수석 등의 호칭을 사용한다. LGEDS시스템은 팀리더 파트리더 등 영어식 직함을 도입했다.
사원 선임 책임 등으로 직함을 바꾼 LG정보통신의 한 선임(과장급)은 『종전의 호칭은 전문성(스페셜리스트)보다는 관리성(제너럴리스트)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분히 신분이나 지위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직함파괴는 상하직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사내 민주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새로운 방식의 직함이 마음에 든다는 것.
연공서열형 직함에 익숙해있는 거래처 관계자나 고객들은 이들 업체의 직원들을 처음으로 대할 때 고민스럽다.
「도대체 저 직원은 회사내의 비중이 어느정도나 될까」하는 고민이다. 그러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들 생소한 직함은 입사연도 등에 따른 수직적인 편제가 아니라 일을 중심으로 만든 수평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대리급 사원이 팀리더가 되고 과장급사원이 어시스턴트가 돼 팀원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팀리더 책임 수석 등 높아보이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입사연수나 나이가 많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월트디즈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오토바이의 명문 할리데이비슨, 경제뉴스 전문통신사인 블룸버그 등이 또다른 방식의 직함파괴에 나섰다.
월트디즈니는 직원의 명함에 대부분 「고객담당」이라고만 적혀 있고 할리데이비슨은 「수석부사장」직함을 폐지했다.
블룸버그 직원의 명함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만 찍혀 있다. 직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