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한보재수사로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권의 거액 부실대출의혹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그동안 제기됐던 한보관련 의혹들 중에는 은행감독원의 특검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로도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수 남아있다.
금융계는 한보대출과정에서 「외압」세력들이 추가로 밝혀지고 감독기관의 묵인이나 방조, 은행관계자의 적극적인 협조여부 등이 새로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산업은행대출이 석연치않다〓검찰은 지난 2월 중간수사발표에서 『산업은행이 지난 92년 상공부의 한보철강에 대한 외화대출 적격업체 추천을 근거로 외화대출을 해준 것을 시작으로 93년까지 외화대출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李炯九(이형구)전총재는 『산은이 대출을 주도하지 않았고 사업계획도 타당했다』고 부인. 그러나 한국기업평가 등에서 평가한 한보철강의 사업계획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와 얘기들이 엇갈린 상황이다. 정부투자기관으로서 감독권이 있는 재정경제원의 역할도 짚어 봐야 할 대목.
이전총재가 풀려난 것을 두고 당시 『외압실체를 줄줄이 대는 바람에 검찰이 덮으려고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전총재가 고비를 다시 넘길지도 관심이다.
▼은행대출 외압실체는 2명밖에 없나〓검찰수사결과 은행에 압력을 행사한 사람은 洪仁吉(홍인길) 黃秉泰(황병태)의원 2명. 그것도 홍의원은 제일은행 산업은행, 황의원도 산업은행 등 일부은행에 대해서만 외압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94년 이전에는 한보철강과 거래가 거의 없던 제일 조흥 외환은행 3개 은행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94년부터 한보철강에 대출한 것이 이들 2명의원의 힘만으로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의원은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경제수석에게 은행대출을 부탁했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부인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방조 묵인은 없었나〓은행감독원은 지난 95,96년 제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편중대출이 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더구나 제일은행이 은행계정의 대출한도인 동일인여신한도를 넘을 우려가 있자 신탁대출을 해줬는데도 신탁대출감독기관인 재경원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감독기관의 이같은 감독소홀이 의도적인 행위인지의 여부가 의혹의 초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 95∼96년 은행감독원장을 지냈던 金容鎭(김용진)과학기술처장관이 최근 개각에서 뚜렷한 이유없이 경질된 것에 주목하기도 한다. 금융관계자는 『은감원이 은행대출에 개입했다 하더라도 조직이 개입하지는 않고 책임자가 개인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