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4일 한보특혜대출비리와 관련, 은행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특검결과를 토대로 대출관련 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과 수위, 적용법률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현재 가장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부분은 제일 산업 조흥 외환 서울 등 5개 은행 대출의 적정성 여부.
검찰은 이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한보철강의 시설투자계획 등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은행법상 동일인 여신한도규정 등 제반 여신규정을 위반했는지 △대출금의 용도외 유용여부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담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이들 5개 은행이 지난 92년부터 부도 직전까지 대출해 준 자금의 규모는 지급보증금을 포함, 3조1천여억원. 이중 2조원 가량이 지난 94년 이후 대출됐다.
검찰은 특히 한보철강이 지난해 초부터 극심한 자금난으로 부도설이 나도는 등 정상대출이 불가능했는데도 약1조원이 집중대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결과 이들 은행의 대출이 부실대출로 확인될 경우 부실대출의 최종책임자인 은행장들을 우선적으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비록 실무자들이 대출의 적정성을 검토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은행장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차 수사 당시 면죄부를 받았던 李炯九(이형구) 金時衡(김시형)전현직 산업은행 총재와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이 먼저 형사처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또 이미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도 부실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은행의 대출관련 임원중 부실대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은감원에서 문책경고 등의 제재를 받은 31명중 5,6명도 형사처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단순히 여신관리규정을 어겼다고 해서 업무상 배임혐의가 쉽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판례상 업무상 배임죄는 적어도 회사에 손해를 끼칠 고의성을 입증할 것을 검찰에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한보측 재정상태나 담보물권 등을 고려해 볼 때 부도 등으로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사전에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률상 손해란 현실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야기될지도 모르는 손해까지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검찰도 이같은 점을 감안, 일본과 국내의 광범위한 판례를 수집하는 등 법적용에 대한 연구검토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법적용의 까다로움 때문에 은행의 대출경위에 대한 수사가 은행장 등 은행 임직원들의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종대·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