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안영경/벤처마인드가 세상을 바꾼다

  • 입력 1997년 3월 27일 19시 55분


요즘 세상은 온통 「난리」다. 옛 선조들이 외세의 침입이나 내란을 지칭하던 「난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는 흔들리고 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어느 것 하나 안정되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는 게 요즈음 국민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 휘청거리는 정치-경제 ▼ 한동안 무섭게 성장하는 나라로 선진국들의 경계 눈초리를 받던 우리가 지금에 와서 왜 이렇게 힘겨워하는지, 그 이유는 보는 이들의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필자처럼 소규모 벤처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단순한 입장에서 본다면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모 재벌같이 부정한 로비를 통한 손쉬운 부의 축적, 그리고 그런 불편부당한 일이 일상화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어지러운 풍토가 그 근본을 이루고 있지 않나 싶다. 이런 풍토는 이 땅에서 꿈을 가지고 도전정신과 정당한 땀으로 그 꿈을 이뤄가려는 대다수 기업인과 젊은이들에게서 꿈을 앗아간다. 또 건전한 정신과 땀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난리」의 악순환을 거듭하게 하는 안타까운 암적 요소로 작용하여 국가 전체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여러 상황들이 참으로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충분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이 땅위에 반만년의 자랑스런 역사를 일궈낸 우리 민족의 저력이 있기에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히 극복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우리의 힘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원대한 꿈을 가꿀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일궈야 한다. 그들이 앞다퉈 창의적 도전의욕과 벤처마인드를 창출할 수 있도록 건강한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 우리 모두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산적한 난제들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이것이 지금 기성세대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다. 우리가 그런 비옥한 토양, 건강한 풍토를 얼마나 신속하고 확고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좌우하리라는 것은 아마도 팔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 젊은이에 꿈 심어줘야 ▼ 창업 초창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온 동료들이 한창 매달려 있을 때 겪었던 웃지못할 일이 문득 생각난다. 신혼이었던 한 연구원이 차가운 겨울 3박4일을 꼬박 새우며 컴퓨터와 씨름하다가 잠시 집에 다녀온다고 회사를 나섰다. 워밍업한다고 차에 시동을 건 채 잠들어버린 그를 두고 집에서나 회사에서는 이 친구가 행방불명됐다고 난리가 났었으며 아내로부터 외박의 의심까지 받는 바람에 한동안 고생했었다고 한다. 열악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선도해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젊음을 바쳐 투혼을 불사르는 이런 동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열정과 벤처마인드가 우리를 이끌고 갈 소중한 자산임을 필자는 확신하며 가슴 깊이 고마움과 뿌듯함을 느낀다. 이들의 희생과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필자 역시 아낌없이 뛸 것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벤처마인드를 갖게 할 토양을 만드는 일, 내일 시작해서는 늦을 것이다. 안영경 <㈜핸디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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