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코프〓홍권희기자] 폴란드 남쪽에 있는 옛 수도 크라코프는 중세때부터 무역도시 문화도시로 이름이 높았다. 암염(岩鹽)생산지였기에 어느 도시보다 부유했다.
주민들은 「지동설(地動說)의 코페르니쿠스가 이곳 대학을 다녔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이곳에서 성직자 생활을 했다」 「작년엔 이곳에서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74·여)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해가면서 자랑을 그칠줄 모른다.
도심을 한바퀴 돌며 7백년쯤 지난 건물들을 살펴보노라면 널찍한 광장을 만나게 된다. 4만㎡(약1만2천평)짜리 광장의 이름 「리넥」에는 마켓이란 뜻도 담겨 있다. 이곳이 시장이었다는 이야기다.
광장 한복판 상가건물(사진) 안쪽엔 60여개의 점포가 빼곡하다. 현지인의 설명을 듣노라면 직물 등을 거래하던 중세의 시장 풍경이 머리에 그려진다. 상가 바깥쪽에 자리잡은 고풍스런 카페가 이방인을 부른다. 한때 이 도시에 살았던 레닌이 2년간 꼬박 드나들던 「카페 노보롤스키」다.
오전 10시는 돼야 상가 문을 연다기에 카페에서 잠시 기다리다 상가를 찾았다. 점포 진열대엔 옛 영화를 전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인형 체스판 목걸이 등 수공예품 선물용품들뿐.
상가는 사유화됐지만 왕년의 화려한 무역도시는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느낌이다. 상가를 돌며 점포 주인이냐, 임대냐, 임대료는 얼마냐, 한달에 얼마나 버느냐 하면서 질문을 해대는 기자에게 알렉산드라라는 이름의 현지 가이드는 소리를 높인다.
『세무서원같은 얘기는 그만해요. 크라코프는 문화도시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