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악덕기업주 도태는 당연한 일

  • 입력 1997년 3월 28일 20시 14분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 일가의 숨겨둔 재산이 3천억원이나 되고 탈루세금만도 4천3백억원에 이른다니 입을 다물 수 없다. 6조원에 가까운 거액대출로 거래은행들을 궁지로 몰고 수많은 중소기업 연쇄부도를 초래한 정씨 일가의 천문학적 재산은닉과 탈세는 선량한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온갖 정경유착과 비리로 은행돈을 끌어다 쓰면서 기업은 빈 껍데기로 만든 정씨가 『개인재산이 많아 재기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니 가증스럽다. 검찰이 정씨일가 재산을 모두 압류, 국고로 환수해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악습을 뿌리뽑겠다고 다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살배기 손자이름으로 시가 15억원짜리 주택을 숨겨놓는 등 아들 며느리 친척 명의로 회사재산을 빼돌린 정씨 일가의 행태는 부도덕한 기업인의 표본이다. 회사경영이 어려워 친지 집까지 팔아가며 회생을 꾀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자살한 중소기업인이 어디 한두 사람인가. 회사재산 빼돌리기 행태는 비단 정씨뿐만 아니라 재벌기업에선 흔히 있는 일이라니 차제에 이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구멍가게도 아닌 재계랭킹 14위의 대기업에서 주머닛돈이 쌈짓돈 식으로 자금운용을 한 것 또한 한심하다. 鄭譜根(정보근)회장은 회사돈으로 채권을 구입하고 개인세금을 내는 등 3백억원의 공금을 유용했다. 오래전부터 부도위기에 몰렸으면서도 권력과 유착, 은행대출로 연명하며 뒤편에선 회사재산 유용과 기업인수에 열을 올린 정씨 일가의 부도덕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한보는 6조원 가까운 대출금 가운데 시설자금으로 쓰지 않은 액수가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검찰이 밝혀낸 것 말고도 정씨 일가는 더 많은 재산을 숨겨놓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씨는 재계에 「부동산의 귀재」로 통한다. 검찰이 들춰낸 부동산은 주로 가족명의로 된 것이다. 따라서 회사직원 등 타인명의 부동산이 있을 수 있다. 무기명채권을 다량 사두었을 가능성에서부터 해외에 빼돌린 돈은 없는지도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 은행돈에 의존해 한보를 경영해온 정씨 일가가 기업은 부실하게 만들면서 엄청난 재산을 감추고 세금을 탈루할 수 있었던 데는 직무를 소홀히 한 은행 국세청 등의 잘못도 크다. 앞으로 검찰과 국세청은 추가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 정씨 가족에겐 한 푼도 남겨주어서는 안된다. 수서비리 사건때 검찰과 국세청이 숨겨둔 재산을 제대로 찾아내 엄정하게 처리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건전한 기업인이 아니고서는 사회에 발붙이기 어려운 여건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정씨 부자도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것을 털어놓고 속죄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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