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시중 실세금리가 하락추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창구는 여전히 굳게 닫혀있는 상태다.
30일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더구나 4월에는 8조7천억원으로 추산되는 부가가치세 법인세 납부기일이 몰려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금융기관들의 불안심리는 차츰 진정되고 있지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상승하는 환율불안이 금융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게 이들의 공통적인 걱정이다.
즉 통화당국이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풀면 원화 환수효과가 나타나 자연히 금리가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융연구원 崔公弼(최공필)박사는 『금리와 환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 자금시장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기관 여유자금 1조원을 환매조건부국공채(RP)매각을 통해 회수했다. 잇단 부도사태 이후 은행들이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는 무담보로 자금을 지원하길 꺼려 시중에 유동성이 남아돌기 때문. 자금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李漢久(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은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어 자금수요가 감소했고 정부가 강력한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므로 4월 중순이후엔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자금사정이 풀리고 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1,2년짜리 대출을 받으려고 노력할 것인지, 금리가 더 올라갈 것에 대비해 회사채보다 금리가 3%포인트까지 더 높은 6개월짜리 단기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정경준·천광암·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