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北 「빗장풀기」 가속 붙었다

  • 입력 1997년 4월 1일 08시 08분


[문 철기자] 「통일로 가는 마차」에 비유되는 남북경협은 짧은 역사에 비해 눈부신 성장을 해온 게 사실이다. 5백여개의 국내업체들이 매년 2억∼3억달러규모의 남북교역을 성사시키고 있고 지난해에는 남북 최초의 합영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경협은 아직 든든한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남북경협이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북관계의 긴장과 완화국면이 뒤바뀔 때마다 부침을 거듭, 「살얼음판위의 곡예」처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물자교역 ▼ 대북(對北)경제개방 조치가 취해진 88년 이후 남북간 교역은 「반입 중심」 「간접교역 위주」라는 특징속에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통관기준으로 89년 1천8백여만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은 95년 2억8천7백여만 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96년에는 잠수함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2억5천2백여만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95, 96년의 교역액은 북한의 대외무역에 있어서 대중(對中) 대일(對日)무역액에 다음가는 규모였다. 교역 수지면에서는 반입초과 현상이 계속됐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구매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89∼96년 교역에서 반입은 전체의 85.6%, 반출은 14.4%를 차지했으며 교역적자는 총 8억8천1백여만달러에 달했다. 교역방식은 간접교역이 94.1%로 압도적이었고 교역 중개지로는 대부분 홍콩을 이용했다. 또한 주반입품목은 철강금속(64.7%)과 농임산물(12.1%)이었고 반출품목은 섬유류(52%)와 화학제품(23.7%)이 많았다. 88∼96년 국내업체별 반입승인액은 ㈜대우가 1억7천9백여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이 1억7천5백여만달러로 뒤를 이었으며 반출 승인액은 삼성물산(3천5백여만달러), LG상사(3천3백여만달러)순이었다. ▼ 위탁가공 교역 ▼ 남한의 원 부자재를 북한에서 가공한 뒤 남한이나 제삼국으로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형태의 산업협력으로 94년이후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력을 활용하면서 투자부담없이 외화획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도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위탁가공교역이 전체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년 0.02%(3만6천달러)에 불과했으나 94년 12.5%(2천8백여만달러), 95년 15.2%(4천7백여만달러), 96년 24.7%(6천여만달러)로 급성장했다. 91년 코오롱상사가 처음으로 이 방식을 활용, 학생가방을 만들었다. 현재는 30여개의 업체들이 위탁가공 교역에 참여하고 있다. ▼ 직접투자 ▼ 아직은 초보단계다. 국내업체가 북한과 직접투자방식의 경협사업을 하려면 통일원으로부터 협력사업자 승인(1단계)과 협력사업 승인(2단계)을 받아야 한다. 현재 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곳은 ㈜대우 한곳 뿐이다. ㈜대우는 5백여만달러를 투자, 북한 조선삼천리총회사와 50대50 지분으로 남포공단내에 합영회사(민족산업총회사)를 운영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민족산업총회사는 셔츠 가방 재킷 등을 만들고 있다. 협력사업자 승인이 난 업체는 현재 10개사에 이른다. 이들중 ㈜녹십자와 태창은 지난 1월말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받아 각각 의약품 제조와 샘물개발 판매분야의 경협을 추진중에 있다. ▼ 나진 선봉개발 ▼ 나진 선봉지역은 북한이 지난91년 자유경제 무역지대로 선포한 곳으로 본격적인 남북경협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아직 남한의 직접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북한측과 무역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협의중이며 한국토지공사도 이 지대내에 한국전용공단 조성을 추진중이다. 협력사업자승인을 받은 삼성전자와 동룡해운 동양시멘트 등 3개기업도 이곳 진출을 노리고 있다. ▼ 과제와 전망 ▼ 단기적으로는 위탁가공교역 품목을 다양화하고 낮은 수준의 기술을 북에 이전함으로써 교역을 확대, 직접투자 시대에 대비한 협력분위기를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남한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의류 신발 섬유 등 경공업부문의 합영 합작투자(직접투자)를 활성화, 남북경협을 선도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남북경협을 군사 안보문제와 지나치게 연계시키는 태도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편 대북직접투자가 본격화하려면 남북당국간 협의를 통한 「투자보장 협정」 「이중과세 방지협정」 「청산거래 협정」 등이 먼저 체결돼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이를 위한 당국간 대화를 여러차례 촉구해 왔지만 북측은 정치적 고려에서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언제까지나 빗장을 걸어 잠글 수만은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의 노력여하에 따라 협정 체결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남북한이 이런 제도적 장치를 확보할 경우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농업 등 각 분야의 경협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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