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불황실태]문닫는 中企 하루 30∼40곳

  • 입력 1997년 4월 1일 08시 27분


[허문명 기자] 불황으로 문닫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금융시장은 말라붙어 돈이 돌지 않는다. 봄이 왔건만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경제현장에서는 모두들 『80년 오일쇼크 이후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작년엔 그래도 사정이 좋았다. 본격적인 불황은 지금부터다. 적자수출을 면치 못하는데다 내수경기도 곤두박질쳐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한파는 사상 최악이다』(모 대기업상무) 서울 강남에 있는 삼성전자 한 대형대리점은 작년만해도 한달 평균 15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들어서는 1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고객의 발길이 줄었고 특히 고급제품 판매가 부진하다는 게 대리점측 얘기. 삼성 LG 대우 등 가전3사는 입학 결혼시즌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최장 1년 무이자 할부와 최고 30% 할인판매까지 하고 있으나 좀처럼 매출은 오르지 않는다. 매년 20∼30%씩 고속신장을 거듭해온 주요 브랜드 의류업체들의 매출 신장률은 올들어 한자릿수로 떨어져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지난 1월말현재 전국 부도업체수는 1천1백15개로 하루 30∼40개씩의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중소업체 P사장은 『대기업들이 납품대금으로 발행하는 어음 결제기간이 작년 90일에서 요즘 1백10일까지 늦춰졌다. 게다가 경비절감까지 내세워 대기업들이 납품물량도 작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있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숙녀복을 팔고 있는 李基葉(이기엽·41)씨는 『매출이 예년의 3분의 1수준』이라며 『주변 세입자들중에는 종업원 인건비도 못줄 형편이라 가게를 옮긴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7백50여개 점포가 밀집해 있는 서울 경동시장 상가골목은 평상시에는 사람에 걸려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요즘은 썰렁하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임대료 수금이 제때 안된다』며 『세입자들이 계약기간 1년이 안돼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전례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봉급생활자 주부 중견기업 L과장은 올들어 기름값인상으로 차유지비가 월 2만∼3만원 올라 부담이 되던 터에 회사에서 이달부터 주차료를 월 10만원씩 받기로 하자 아예 차를 세워두고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그는 『명예퇴직과 임금동결 바람에 동료들끼리 만났다하면 「어디 해볼만한 장사 없느냐」는 게 주요 화제』라고 전했다. 대기업대리를 남편으로 둔 주부 Y씨(31)는 남편회사 임금동결이 확정된 뒤 우선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학원수강 과목을 3개에서 1개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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