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라 40대 승계도 늦다고 봅니다. 한창 재기 발랄한30대에 기업을 승계해야 합니다』(전국경제인연합회산하 자유기업센터 孔柄淏·공병호 소장)
재계에 30대 신세대 돌풍이 무섭게 불어닥치고 있다.
올들어서만 태평양그룹 徐成煥(서성환)회장의 차남 慶培(경배·34·태평양)씨와 대웅그룹 尹泳煥(윤영환)회장의 3남 在勝(재승·35·대웅제약)씨, 농심그룹 辛春浩(신춘호)회장의 장남 東原(동원·39·국제담당)씨 등이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에 앞서 삼양식품 全仲潤(전중윤)회장의 장남 寅壯(인장·34·기획조정실)씨와 애경그룹 張英信(장영신)회장의 사위 安容贊(안용찬·38·애경산업)씨도 95년 사장직에 올랐다. 이들은 창업주가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예상을 뒤엎고 일찌감치 그룹의 주력 계열사 또는 그룹 요직을 맡은 것이 공통점.
이처럼 일찌감치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따라잡기에는 자신들이 너무 굳었다고 자인한 창업주들의 판단에 따른 것. 또 기왕에 기업을 물려줄 바에야 젊은 후계자들을 제대로 가르칠 기력이 있을 때 넘겨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했다는 얘기들이다. 대웅제약 윤사장은 『젊은 사장에게 맡겨진 소임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회사를 혁신하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세상은 경륜보다는 본인의 자세와 역량이 중요시될 것이므로 젊다고 해서 경험많은 경영자에 비해 결코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신세대 사장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창업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맡기 벅찬 새로운 분야로 기업을 다각화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웅제약 윤사장은 벤처기업 위주의 정보통신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농심 신사장은 중국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사장이 지난 91년 설립한 시스템통합업체(SI)인 인성정보는 창업이후 해마다 100% 이상의 성장을 거듭, 올해 5백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중국 상해라면공장을 완공했으며 현재 심천공장과 청도공장을 짓고 있다.
신사장은 『국내시장은 너무 좁은 것 같다』며 『창업세대가 30년동안 다져온 국내기반을 발판으로 12억 인구의 중국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꿈』이라고 털어놓았다.
농심의 영원한 라이벌인 삼양식품도 전사장에 의해 레저스포츠분야 등으로의 사업다각화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신세대 사장들이 젊음을 무기로 펼치는 경영은 확실히 파격적이다.
애경산업 안사장은 『아이디어만 좋다면 제안자의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10월 출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화장품 「마리끌레르」는 당시 대리였던 신윤창과장의 아이디어에 의해 태어났다.
신과장은 『프랑스의 패션브랜드인 마리끌레르가 화장품 브랜드로는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점에 착안, 화장품 브랜드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며 『안사장께서 대리였던 저를 과감하게 마리끌레르 개발팀장으로 임명한 덕분에 마리끌레르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마리끌레르는 출시 6개월만에 1백억원의 매출고를 올렸으며 올 한햇동안 2백억원의 매출고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화장품 林光廷(임광정)회장의 3남 炳喆(병철·38)한불화장품 사장은 창업주 휘하를 떠나 홀로 서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2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임사장은 지난 89년 한불화장품을 설립한 뒤 지난해 1천2백억원의 매출고를 기록, 8년만에 이 회사를 업계 5위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한불의 파워는 젊음에서 터져나온다. 전체 직원 5백명중 대부분이 30대와 20대. 임사장은 이들의 패기를 최대한 활용, 신세대 브랜드로 한불의 이미지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임사장은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는 신세대를 파고드는 제품을 절대로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태평양 서사장은 젊음과 패기보다는 연장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다소 조심스러운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서사장은 『최근의 대기업 부도는 일부 젊은 2세 경영인들이 연장자들의 경험을 존중하지 않고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려고 무리를 한 탓에 빚어진 것』이라며 『사업내용보다는 이들의 경영자세가 지나치게 모험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이들 신세대 사장들은 대부분 외국유학을 거쳤으며 상당기간 회사내에서 각종 요직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착실하게 받아온 점에서 「감」을 위주로 사업을 일으킨 창업세대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희성 기자〉
▼임병철 한불화장품 사장
38세.한양대영문과, 미국웨인주립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화장품제약사업부장, 상품개발이사
『패션 보석사업 등으로 다각화, 21세기 토털패션문화를 이끌어가겠다』
▼ 서경배 태평양 사장
34세.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코넬대 경영대학원 졸업. 태평양재경본부본부장 그룹기획조정실사장
『공격경영을 통해 21세기초까지 최소한 10개 이상의 자회사를 설립하겠다』
▼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38세.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졸업. 애경화학이사 애경유화상무
『제약 외식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애경산업의 모든 제품을 1등 상품으로 키우겠다』
▼ 전인장 삼양식품 기조실사장
34세. 외국어대 경영학과, 미국페퍼다인대 MBA 졸업. 삼양식품 영업담당 경영관리실사장
『레저 실버산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삼양식품을 초우량종합식품회사로 도약시키겠다』
▼ 신동원 농심 국제담당사장
39세. 고려대 화학공학과, 고려대 대학원 무역학과 졸업. 농심 도쿄지사장, 농심그룹 정책조정실 상무 농심기획대표
『21세기에는 농심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 윤재승 대웅제약 사장
35세. 서울대 법대 졸업. 부산지검울산지청검사 서울지검검사 인성정보대표 대웅제약부사장
『생명공학과 정보통신 사업에 주력, 2000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