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침체로 2년전부터 회사경영이 점차 어려워지긴 했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잘 안풀리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청을 따내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당연히 원청업체인 대기업은 단가를 깎으려든다. 어음기간은 늘어나고 돈이 잘 돌지 않으니 금융부담은 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종업원 월급이라도 줄 수 있으면 견뎌내야 한다』며 공장을 돌리고는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특히 지난 2일 바로 옆공장인 D플라스틱이 부도가 나 회사문이 닫히는 것을 본 양씨는 「남의 일이 아니야」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2천2백여 중소업체가 몰려있어 한때 수도권 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남동공단에도 불황의 그림자는 곳곳에 뻗쳐 있다. 올들어 3월말까지 남동공단 공장가동률은 77.5%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허수(虛數)일 뿐 실제 가동률은 50∼60% 정도라고 공단관계자들은 말한다. 입주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제 피곤하고 지쳐 공장가동률 조사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고 앞으로 단기간에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별로 없다보니 폐업업체는 물론 공장을 팔려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남동공단과 인천수출5,6공단, 주물공단의 50여개 업체가 「부도나기 전에 한푼이라도 건지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공장을 팔겠다고 내놨으나 원매자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전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몇배 많은 공장 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탄탄하다고 소문난 한 회사 사장이 비밀리에 2천평짜리 공장 매각을 상담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양부동산 成龍(성룡·45)씨는 『남동공단 입주업체 가운데 20%정도는 공장 정리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부도가 나면 공장매매가가 헐값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부도나기 몇개월 전에 공장을 정리하려는 업주들이 많다』며 『이들은 직원들에게조차 비밀로 공장 매각을 추진한다』고 귀띔했다.
부도업체가 늘면서 경매물건도 늘고 있다. 최근 남동공단내 15개업체가 인천지법의 경매절차에 들어갔고 20여개업체는 경매대기중에 있다.
한 중소기업인은 『한보사태에다 삼미그룹 부도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죄는데다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이 같이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공단의 주력인 중소업체들은 특히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장사는 안되고 날만 새면 억장 무너지는 뉴스뿐인데다 노사관계도 자신이 없어 솔직히 기업할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인 W기계 김모씨(47)는 『희망이 있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자고 나면 부도소식뿐』이라며 『한보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방침에도 불구하고 은행창구에서는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천상공회의소 閔泰云(민태운·38)대리는 『대기업에 부도바람이 불면 영세중소기업들이 몰려있는 공단에는 태풍이 몰아친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