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라는 것은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뭘 압니까』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이 7일 국회청문회에서 무심코 이 말을 쏟아낸데 이어 8일 金鍾國(김종국)전재정본부장이 청문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당하자 한보그룹의 임직원간에는 비판론과 동정론이 엇갈렸다.
정총회장에게 비판론을 펴는 사원들은 수서사태를 경험하지 않고 최근에 입사해 비교적 「한보풍토」에 물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30대 기업이라는 명성 때문에 한보에 입사했다는 김모씨(29)는 『직원들에게 주택자금지원 등 사원복지에 인색한 정총회장이 고위 인사들에게 돈을 날라다 주며 우리보고 머슴이라고 부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총회장」이라는 명칭부터 봉건적 색채가 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보본사에 근무하는 한 사원은 『총회장은 회장 위에 군림하는 사람으로 부도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같은 평사원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임금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신세대 사원들은 특히 정총회장이 돈을 장부에도 기입하지 않고 마음대로 쓴 사실이 점차 드러나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충남 당진 한보제철소에서 3년간 근무했다는 박모씨(35)는 『회사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으니 부도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숨지었다.
이에 반해 고위 임원들은 『74세의 총회장이 우리와 가깝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지나가는 말로 「머슴」운운했던 것 같다』며 동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총회장에 이어 8일 김전재정본부장도 의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하자 총회장에 대해 비판론을 펴던 한보직원들은 『그 임금에 그 신하』라고 꼬집었다.
한 임원은 『김전본부장이 정말 모르는 일이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정총회장이 모든 일을 혼자 처리했다』고 말하면서도 『김전본부장이 검찰수사에서는 잘 협조하다가 총회장의 청문회를 보고 총회장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