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 그에 따른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그리고 원료를 대는 대기업들의 제몫 챙기기.
세계 최대의 천막생산업체인 국내 중소기업이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횡포에 10일 끝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교하산업은 이날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李揆弘·이규홍)에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교하산업은 이날 상업은행 동자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 회사는 전세계 방수포(타포린)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1천30억원인 중소기업.
연초에는 휴일에도 공장을 돌리고 지금도 3개월치의 주문물량이 밀려있을만큼 올들어 이 회사의 경영 전망은 아주 밝았다.
이같은 교하산업에 닥친 첫 충격은 지난 1월 한보철강부도였다.
한보철강이 부도나자 종금 파이낸스 등 제2금융권이 대출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한달반동안 회수한 돈은 모두 1백3억원. 이 회사 李榮燮(이영섭·55)회장 등 간부들이 은행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지만 은행측의 대답은 『추가 담보없인 못준다』는 단 한마디였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한 교하산업은 마침내 지난달 18일 어음 5억8천만원을 막지 못해 1차부도를 냈다.
교하산업은 이 와중에서도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한차례 가졌다. 1차부도가 난 이틀 뒤 교하산업의 사업전망을 높이 산 26개 제2금융회사들이 1억원씩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금융가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 그만큼 우량기업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원에 적극적인 회사도 많았지만 뒤에서는 내몫 챙기기에만 열중하는 회사가 적지 않았다.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며 다른 회사의 눈치를 보다 뒤늦게 지원을 해준 곳도 있었고 4개 회사는 끝까지 돈을 주지 않아 사채업자가 4억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하산업의 신용은 계속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인 유화업체들은 원료비를 현찰로 가져오지 않는 한 원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회장은 집을 팔아 5천만원짜리 전세로 옮기는 등 안간힘을 다했지만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현찰을 구할 수는 없었다.
원료공급이 끊기자 5백명이 일하고 있는 한국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2천5백명이 일하고 있는 중국 청도의 공장도 오래 버티기힘든 실정이다.
이날 교하산업을 찾은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유망중소기업이 부도나면 어떤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