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 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무보직 관리자」가 급증해 고민에 빠져 있다. 부장과 과장 숫자는 매년 늘어난 반면 조직 확대율은 급격하게 떨어진 것.
부과장은 지난 10년 사이 연간 평균 8% 늘어났다. 그러나 조직 증가율은 4%대에 그쳐 보직이 없는 중간관리자가 양산됐다. 덩달아 인사적체도 심화하고 있다. 회사측은 결국 명예퇴직제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그 결과 명퇴자 숫자는 지난 91년 10명에서 작년엔 2백여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올해는 더욱 늘릴 계획이다.
대기업인 B그룹의 경우도 보직률이 매년 낮아지는 추세. 보직을 맡은 부과장이 87년 50.5%에서 지난해 말엔 28%선으로 떨어졌다. 중간관리층이 증가하면서 인적 구성도 피라미드형에서 종형으로 바뀌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1백인 이상 사업체 2백33곳을 대상으로 「유휴인력과 명예퇴직제에 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A사와 B사처럼 과잉인력으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 22.1%나 됐다. 「인력 구성이 적정하다」는 응답은 55.4%.
특히 종업원 3백명 미만의 중소기업(16.8%)보다는 1천명 이상의 대기업(37.5%)이 「유휴인력 체감도」가 더 높았다. 또 제조업(18.3%)보다는 비제조업(32.3)이 높았다.
「얼마나 줄여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유휴인력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의 80% 이상이 「5∼15%」라고 답변했다.
인력감축 대상으로는 대리급 이상 사무직이 60.6%로 생산직(24.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지목했다.
명퇴를 이미 도입한 기업은 전체 응답자의 18%. 명퇴자 숫자도 95년 평균 50.4명에서 96년 1백73.7명으로 1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