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慶植(강경식)부총리―金仁浩(김인호)청와대경제수석 팀의 시장경제론은 현장에서도 잘 반영되고 있나.
세계 최대 천막생산업체인 교하산업이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로 어려움을 겪을때 재정경제원은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이라는 논리로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자금난에 몰리다가 지난 10일 끝내 부도를 냈다.
재경원 관계자는 『교하산업은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자가 비싼 단기자금을 많이 썼고 주력품목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며 『제2금융권이 이같은 점을 우려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다른 중소기업들의 얘기는 다르다. 재경원이 제2금융권의 무리한 자금회수를 막아줬다면 교하산업은 부도날 이유가 없었다는 것. 한보와 삼미그룹이 부도직전까지 정부개입으로 연명해온 점에 비추어 교하산업의 사례는 정부의 유기행위라는 주장.
金振杓(김진표) 재경원 금융보험심의관은 『기업부도를 막기 위해 정부가 어떤 기준에서 직간접적인 개입을 할 것이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시장원칙 유지와 적절한 정부개입 사이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 3월초 취임한 강부총리가 「시장지상주의」를 천명한 뒤 재경원은 시장기능활성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부도는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퇴장시켜 결과적으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교하산업 등 부도기업의 자리를 메우면서 경제체질을 강화한다는 게 강부총리의 시장론.
그러나 재경원 금융실 관계자는 『금융분야의 정부 개입 중 상당부분은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데서 출발한다』며 『정부 개입을 섣불리 철회할 경우 대기업의 공세로부터 중소기업이 살아남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농어촌에 대한 지원은 시장기능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경제적 약자에게 시장원리를 공평하게 적용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을 폈다.
선경그룹의 관계자도 『기업부도를 금융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鄭智澤(정지택)재경원 경제정책심의관은 『시장주의냐, 정부개입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무리다. 강부총리의 시장론은 시장기능을 정상화하면서 시장 실패 때는 정부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하산업의 사례에서 보듯 현실적으로 모든 경제문제를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있느냐는 논란은 정부내에서도, 기업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임규진·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