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금난에 빠지는 경우 발행한 어음을 제때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를 내는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지만 앞으로 대기업들은 채권금융기관들 손에 사활이 결정되게 됐다.
회생가능성이 있는데도 일시적인 자금부족 때문에 맥없이 쓰러져 거래기업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계가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부실징후가 보이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채권금융기관들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부도낼지 여부를 결정, △살릴만하다고 판단되면 협조융자 등 공동보조를 취하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정관리나 제삼자인수, 청산 등 절차를 밟겠다는 것.
이런 방안에 대해 은행권은 즉시 지지하고 나선데 반해 제2금융권은 등을 떼밀려 참여하면서 불만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은행처럼 담보를 잡지 않고 신용대출을 하다보니 돈을 떼일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잘못하면 이들 영세금융기관들이 경영애로를 겪게 될 공산도 크다. D파이낸스 관계자는 『요주의대상 기업 어음을 서둘러 회수하려는 경쟁이 벌어지면 금융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가 제시한 「구제대상」기업은 여신순위 51대기업(2천5백억원이상)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만 살리고 중소기업은 죽인다는 반발도 많다』고 B종금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