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내몰린 대기업들이 채권금융단에 의해 「정상화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면 일단 부도위험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우선 진로그룹이 부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됐다.
전국 35개 은행장들은 1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에서 부도방지를 위한 금융기관 협의안인 「부실징후기업 정상화 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위한 금융기관 협약」에 합의, 서명했다.
은행권은 이 협약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 협약을 어기고 회부되는 어음에 대해서는 모두 부도처리하도록 서울어음교환소 규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협약은 오는 21일부터 발효되며 첫번째 적용대상은 최근 심한 자금난 속에서 부동산 매각 등 자구책을 내놓은 진로그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종합금융사 사장단은 이날 별도의 모임을 갖고 이 협약에 조건부로 참여할 것을 결의, 향후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절충결과에 따라 협약의 구체적 효력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협약이 발효되면 부실징후가 있는 대기업(여신규모 2천5백억원이상)의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의회를 구성, 경영정상화 지원여부를 가리게 된다.
구제대상 기업은 교환에 돌아오는 어음에 대해 바로 결제하지 못하더라도 당좌거래가 정지되지 않고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계속할 수 있어 당장의 부도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의회 소집이 통보되는 날부터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금 회수를 유예해야 하며 이를 어기고 어음을 돌리면 모두 지급이 거부된다.
긴급구제 자금의 지원은 1차 대표자회의(협의회대표자모임)에서 결정되며 지원대상은 근로자 임금 지급과 하도급업체의 진성어음 결제 등이다.
1차 대표자회의에서는 기업 및 기업주의 재산처분위임장 주식처분위임장 주식포기각서 구상권포기각서를 채권으로 확보할지 여부도 결정한다. 한편 종금사들은 이날 사장단회의에서 은행들이 주도한 협약을 받아들이되 △협의회 이후 채권행사가 동결되는 여신은 종금사가 자체적으로 빌려준 돈에 국한하고 △해당기업 총여신의 1%이상을 보유한 모든 금융기관을 참여시키며 △구제대상 기업을 살리기 위한 협조융자에 종금사를 제외시켜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종금사들은 이같은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의회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은행연합회측에 전달했다.
〈윤희상·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