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신화/다시다]『천연』강조 화학조미료 강타

  • 입력 1997년 4월 21일 09시 19분


「미원」이 조미료의 대명사였던 60년대. 뒤늦게 조미료시장에 뛰어든 제일제당은 「미풍」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지만 「만년 2등」일 수밖에 없었다. 화학조미료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본 제일제당이 75년 찾아낸 새로운 틈새시장은 천연조미료시장. 국물 없이는 밥을 못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 쇠고기 멸치 등을 원료로 한 국물 맛내기 조미료 「다시다」를 개발했다. 경제수준이 급속히 높아져 1인당 국민소득이 5백90달러에 이르고 자연식품에 대한 관심이 싹트던 시기였다. 「싸구려」 화학조미료가 아닌 「고급」 「천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가격을 기존제품의 두배로 정하자 오히려 불티나게 팔렸다. 「입맛을 다시다」에서 따온 제품명도 「천연」이미지를 알리는데 기여했다. 화학조미료 시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80년대초 시작된 화학조미료 유해론. 당시 소비자단체들은 해외사례를 근거로 화학조미료 원료인 MSG의 유해성을 집중제기했다. 제일제당은 이를 놓칠세라 다시다 마케팅을 대폭 강화, 기울어가는 화학조미료 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 미원도 82년 천연조미료 「맛나」를 출시, 「감치미」로 상표를 바꿔가며 시장재탈환을 노렸지만 후발브랜드인데다가 「화학조미료」회사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과거 화학조미료 시장에서 「미풍」 「아이미」 등 상표를 바꿔가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제일제당은 이제 다시다 브랜드 하나로 천연조미료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이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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