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露부도」각계인사 설문]『부도방지협약 오래 못갈것』

  • 입력 1997년 4월 23일 20시 18분


「진로그룹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그러나 현 기업주는 어떤 식으로든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한다. 진로처리과정과 맞물려 출범한 금융기관협의체는 단명(短命)에 그치게 될 것이다」. 「진로」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할 해법은 뭘까. 진로에 거액을 물린 금융기관이나 정책당국은 「경제살리기」와 시장논리(또는 특혜시비)안에 갇힌채 딜레마에 빠져있다. 본보는 23일 재벌기업(3명) 중견기업(2명) 중소기업(2명) 은행(2명) 제2금융권(2명) 경제단체(2명) 교수(2명) 금융전문가(3명) 등 각계 인사 18명에게 설문조사, 최근 사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을 들었다. 금융기관들의 부도방지협약에 대해 18명중 15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로의 파산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답변이지만 『금융기관에만 맡기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李根植·이근식 서울시립대교수)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의견을 낸 3명은 뜻밖에 모두 기업인. 중소기업인 전능컴퓨터 朴容八(박용팔)사장은 『관료주의적 통제사고에서 나온 조치』라고, 중견기업 S그룹 L이사는 『오너의 책임경영을 흐리는 것』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이번 조치를 관주도 성격으로 파악했다. 11명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1명은 정부와 은행의 반반 합작으로 보았다. 이때문인지 전체의 3분의 2(12명)가 이 조치의 대상업체는 「특혜」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도방지협약 이후의 문제점을 집중제기했다. 중소기업인 선일옵트론 崔培鎭(최배진)사장은 『협약발효이후 종합금융회사나 파이낸스사는 대출자금을 회수하고 있고 신규대출은 꿈도 못꾼다』고, 미원그룹의 한 임원은 『사실은 부도를 냈는데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배치된다. 나중에 정상화가 안되면 증시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대동은행 許洪(허홍)행장은 『융통어음이 대규모로 돈다는 것이 문제』라고 각각 지적했다. 협의체 구성을 놓고 제2금융권이 「신용질서를 깨는 은행의 횡포」라고 반발하는데 대해서는 13명이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종금협회 殷光鈺(은광옥)이사는 『담보를 다 가지고 있는 은행의 제2금융권에 대한 뒤집어씌우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경련과 중소기협중앙회의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그동안 은행권의 보증 등으로 손쉽게 장사를 해온만큼 고통을 분담해야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이같은 후유증 등으로 협약의 장래는 극히 비관적이다. 15명이 단기처방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과 금융개혁위원회 관계자만이 「자율화시대엔 금융기관간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로 처리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안인데도 비교적 뚜렷하게 입장을 개진했다. 특히 현 기업주의 거취에는 차가운 반응이 주류. 이번 협약을 적용받는 기업주에 대해서는 무조건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견해가 절반(9명)을 차지했다. 3명은 계열사를 정리해야한다고, 5명은 정상화과정을 보면서 추후에 경영권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전경련만이 『채권단의 개입은 자금운용에 국한해야 한다』며 경영권 박탈에 정면 반대했다. 기업은 살려야한다는데 대해서는 대부분 적극적 호응을 보였다. 池升林(지승림)삼성그룹 전무는 『제2, 제3의 진로가 나오면 한국의 대외신용도는 추락한다. 어떻게든 살려 악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曺夏鉉(조하현)연세대교수는 『전통있고 탄탄한 기업을 부실화시킨 경영자의 책임은 묻되 기업은 살리는 방향을 택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종금의 한 임원은 『현상태에서 자구계획이 잘 진척되면 큰 어려움없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전경련 관계자는 『영업활동에 관한 문제는 기업인이 가장 잘 아는만큼 기업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현 기업주를 두둔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리론」을 제기하는 기업인도 있었다. 한 중소기업인은 『부실기업은 정리해야 한다. 맥주업계의 구조조정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강경입장을 보였다. 또 △㈜진로 등 경영조건이 좋은 몇개 기업만 살리고 나머지 부실계열사는 정리 △민간차원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삼자인수 △오너의 경영권을 철저히 배제한 상태에서의 재활모색 △자구노력을 진행하면서 정부나 금융기관이 적극지원 등의 안도 제시됐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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